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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인가, 위안부상인가

[글로벌 리포트 | 일본]이홍천 도쿄 도시대학 교수

이홍천 도쿄 도시대학 교수2017.01.11 14:16:13

▲이홍천 도쿄 도시대학 교수

지난달 31일 부산 동구에 위치한 일본 총영사관 30m 앞에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됐다. 통행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소녀상을 철거했던 부산 동구청이 시민들의 반발에 소녀상 설치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박삼석 부산 동구청장은 소녀상 설치는 지방자치단체가 감당하기 힘든 문제라며 소녀상 설치를 막지 않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불쾌감을 드러냈고 지난 6일에는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 대사와 모리모토 야스히로 부산총영사의 일시 귀국, 한·일 통화스와프 협상 중단, 부산총영사관 직원의 부산시 관련 행사 참석도 보류한다는 대응 조치를 발표했다.


한국 언론에서는 일본의 초강경 보복 조치라는 제목들이 눈에 띄는 반면 일본 언론의 보도 논조를 보기 위해 주요 전국지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소녀상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 봤다. 지난달 29일부터 올해 8일 현재까지 아사히신문 21건, 요미우리신문 18건, 마이니치신문 22건, 산케이신문 3건, 일본경제신문 13건이었다. 어라! 검색 결과가 이상하다. 산케이신문의 기사 건수가 너무 적었다. 6일 1건, 7일 1건, 8일 1건 뿐이었다. 한국에 대해 비판적인 논조를 취하고 있는 산케이신문이 이번 사태에 이렇게 침묵할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위안부상이라는 키워드로 산케이신문 데이터베이스를 다시 검색해 봤다. 그러자 28건의 기사가 검색됐다. 5개 전국지 중에서 가장 많은 기사가 검색됐다. 하루 평균 3건 정도 게재한 셈이다. 산케이신문의 제목은 이렇다. ‘위안부상 부산에서도 설치, 일한 합의 1년, 지자체가 4시간 후에 철거’(12월29일), ‘위안부상 한국 합의 반대 새로운 움직임, 좌파계 야당도 협력’(12월29일), ‘부산 위안부상 돌연 허가 일한 합의 보다 국민감정 우선’(12월31일), ‘부산의 위안부상, 반일로는 자기무덤 팔뿐이다’(1월7일), ‘위안부상 이례적인 강경조치, (일본) 정부 반일무죄 허용치 않겠다’(1월7일)


여타 신문들은 소녀상을 어떻게 기술하고 있을까. 아사히신문은 소녀상의 앞부분에 ‘구일본국 위안부를 상징하는’이라는 수식어를, 요미우리신문은 ‘위안부 문제를 상징하는’ 또는 ‘위안부를 상징하는’, 마이니치는 ‘위안부를 상징하는’, ‘종군 위안부 피해를 상징하는’, 일본경제신문은 ‘종군 위안부 문제를 상징하는’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일본 정부는 어떤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가. 스가 관방장관은 지난 6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시민단체에 의해서 부산 일본영사관 앞 보도에 소녀상이 설치된 것은 일한 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영사관계에 관한 빈조약이 규정한 영사 기관의 위엄을 침해하는 것으로 매우 유감이다”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별다른 수식어를 붙이지 않고 그냥 ‘소녀상’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럼에도 산케이신문은 일본 미디어가 위안부상을 한국 언론을 따라서 소녀상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문제라고 트집을 잡았다.


일본 정부는 이번 조치가 빈조약 위반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고 일본 언론도 이를 그대로 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한국이 국제적인 상식을 무시하고 있다는 점을 국내외적으로 부각한다. ‘반일 여론에 떠밀려 국제적인 상식도 무시하는 한국 사회’라는 이미지를 만들려는 일부 언론도 있다. 이 언론은 소녀상 설치를 불허했던 부산 동구청이 태도를 뒤집은 것은 항의전화가 쇄도했기 때문이라며 지자체가 불법을 허용한 꼴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유일하게 아사히신문만이 8일자 독자투고에 일본 시민들의 반응을 소개했다. ‘소녀상 설치와 일본 정부의 대응은 한일양국의 불화를 키울 뿐이다. 이번 사태를 보면 한일 합의가 한국민의 이해를 얻었다고 보기 힘들고 일본 정부의 대응은 어른답지 못하다’, ‘일본 정부의 대응조치는 당연하다. 대통령이 탄핵 되었다고 해도 국가 간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그렇지만 북핵문제 대응을 위해서는 일한협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일본 정부는 대응조치를 확대하는 것을 자제하고 조기에 문제를 수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치가들보다 시민들의 수준이 더 높은 것은 한일 양국의 공통점이다. 한일관계는 정치가 아닌 시민에게 맡기는 것이 더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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