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원 오브 뎀' 추락…방송·경영 전반 최악"

취임 1년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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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마지막 기회가 아니다. 생존을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다.”
성재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장은 지난 5일 노조 4대 집행부 출범 1년을 맞아 서울 여의도 KBS 연구동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현 KBS 상황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KBS본부는 KBS노동조합과 함께 최근 6명의 본부장에 대한 인사 조치와 보도책임자 교체 등을 요구하며 사측에 “전면적 쟁의 행위”에 대한 최후통첩을 했다. 성 본부장은 “방송과 경영 모든 면에서 이렇게 최악의 상황으로 만든 과거의 사장이 있었을까 싶었던 1년”이라고 총평했다.


2016년은 KBS에 대한 국민적 지탄이 한계치에 다다른 한 해였다. 공영방송사의 ‘보도참사’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KBS 기자·PD 700여명이 연명 성명을 내고 고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등 내부에서도 비판이 잇따랐다. 성 본부장은 “새 사장이 오면 과거행보를 알아도 일말의 기대는 해보지 않나”라며 “그 사람들도 1년을 겪고 기대를 버린 거다. 고 사장이 있는 한 (KBS가) 바뀌지 않겠다는 걸 알기 시작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박근혜, 최순실 일당들이 역사 속으로 침몰해 버릴 상황인데 순장품 마냥 KBS가 같이 끌려들어가는 느낌”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장

구성원들의 문제의식은 현 방송과 경영 상황 전반을 아우른다. 성 본부장은 KBS 방송에 대해 “말씀드릴 수 없을 만큼 추락했다”, “뉴스·시사 쪽에선 이제 완전히 ‘원 오브 뎀’으로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TV를 통해 뉴스를 보는 사람이 전부가 아닌데 시청률만으로 KBS를 JTBC보다 더 많이 봤다고 할 수 있을까”라는 인식이다. 인사나 조직개편 역시 “측근 인사도 아니고 말을 잘 듣는 사람들을 요직에 앉히고” “파편화된 조직 변화로 창의성이 꺾여 의욕적으로 일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성 본부장의 시각이다.


이는 결국 고대영 체제 전반에 대한 평가와 맞닿는다. ‘독선’과 ‘불통’, ‘일방경영’ 등이 키워드다. 성 본부장은 “‘나는 사장이고 내가 지시하는 걸 따르면 된다’는 것. ‘노조는 어차피 반대하니까 가급적 몰래 해서 밀어붙여야 한다’는 게 사장의 경영방식”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수신료 문제 해결에 미온적인 태도 역시 거론했다. “‘나는 국민이나 시청자에 얽매이지 않고 마음대로 하겠다’는 걸 표명한 것과 같다. 기본적으로 공영방송 사장 자격이 없는 거다.”


특히 최근 KBS의 보도본부장 교체와 관련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고 기존 문제를 바꿀 수 있는 사람을 하라는 거였다”며 “신임 본부장은 고대영 사장이 본부장 시절 수족처럼 부리던 사람이다. 정권에 불리한 보도를 막다가 고 사장이 (구성원들에게) 불신임을 당했을 때 국장을 했던 인사”라고 설명했다. “이미 노조의 요구에 전면 거부 선언을 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못박았다. 앞서 민영방송 SBS는 보도책임자 전면 교체, 뉴스 등을 통한 대국민사과를 한 바 있다.


KBS의 대다수 문제해결은 결국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처방으로 수렴된다. 노조 등은 이를 위해 정치권에 ‘언론장악 방지법 통과’ 등을 적극 촉구해왔다. 성 본부장은 “1~2월 안에 이 부분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핵 정국에 따라 조기대선 모드로 접어들 경우 유야무야될 소지에 대한 우려다. 그는 사장선임 절차와 이사회 구성변화 등을 골자로 하는 언론장악 방지법에 대해 “공영방송에서 계속 쌓여온 적폐를 청산할 수 있는 기본 토대를 만드는 게 방송법 개정이다. 그렇지 않으면 공영방송에 미래는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제도가 주어진다고 끝이 아니다. 이를 현실에 적용할 수 있도록, 첫 디딤돌을 놓는 게 노조가 올해 할 일”이라고 첨언했다.


성 본부장은 15일을 기한으로 사측에 제시한 최후통첩의 취지를 설명하며 의지를 밝혔다. 그는 “광장 등에서의 국민들의 비판은 ‘안에서 너희들이 싸워야 한다’는 것”이라며 “사실상 마지막 최후통첩이라고 할 수 있다. 큰 희생이 따르더라도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저항하고 싸우고 축출해 낼 수밖에 없다. 가장 중요하고 큰 싸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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