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기자들 반성에 "경위서 내라"는 MBC

40기 기자들 경위서 요구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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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막내 기자들이 만든 유튜브 영상과 관련해 경위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MBC 한 기자는 “6일 오전 편집회의에서 보도국장이 격노를 하며 ‘JTBC의 태블릿PC 보도에 의혹을 제기한 게 뭐가 문제냐며 막내 기자 3명에게 오는 11일까지 경위서를 제출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에 내부 선배 기자들은 간부들이 반성과 책임을 지기는커녕 징계를 통해 기자들의 입을 막으려 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곽동건·이덕영·전예지 기자가 지난 4일 유튜브에 ‘MBC 막내기자의 반성문’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영상. (유튜브)

40기 기자들은 이날 막내들은 이미 경위서를 냈습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45기 후배들이 시청자들의 질책과 우리 보도의 균형에 대해 이야기하고 사과했다. 그래서 경위서 제출을 요구받았다고 들었다막내들이 만든 영상 자체가 일종의 경위서다. 시청자들에게 제출한 경위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순실 사태 이후 우리 뉴스 시청률을 보라. 징계는 이미 시청자들로부터 받고 있다쓴소리에 귀 기울이고,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 후배들의 심정에 백분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45기 막내 기자인 곽동건·이덕영·전예지 기자는 유튜브를 통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묵인 축소해온 자사의 보도 행태와 관련해 반성의 목소리를 내놨다. 이들은 지난 201312월 입사한 MBC 공채 마지막 기수다. MBC는 그간 경력으로만 보도국 인력을 채우며 경영진 입맛에 맞는 채용 정책을 거듭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영상은 지난해 11월 광화문 촛불집회 취재 당시 MBC 중계차가 내몰리고 시민들의 비난을 받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당시 MBC는 마이크에 MBC로고를 떼고 건물 안에서 숨어서 방송을 하는 등 극심한 취재 어려움을 겪었다. 현장에 있던 곽 기자는 취재 현장에서 짖어봐라고 하는 분들도, ‘부끄럽지 않냐고 호통을 치는 분들도 있어서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태블릿PC와 관련해 최순실씨의 것이 맞는 지에 대해 끊임없이 의혹을 제기한 자사의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 기자는 “JTBC가 보도한 태블릿PC의 출처에 대해서 계속 보도하고 있다. 사실관계조차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추측의 추측으로 기사화하는 현실에 젊은 기자들은 절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MBC 기자와 PD 등 사내 직원들은 지난달부터 사장과 보도책임자 사퇴를 촉구하는 피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사내 게시판을 통해서도 자사의 보도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가 담긴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MBC의 한 기자는 막내 기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어렵게 영상을 제작한 것 같다징계 받을 것도 감수하고 고백을 할 정도로 내부에는 참담함이 퍼져있다. 지금까지 비판의 목소리를 사측이 징계로 대응해온 만큼 이번 일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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