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짱끼고 웃으며 조사받는 우병우 전 수석

제315회 이달의 기자상 전문보도 사진부문 / 조선영상비전 고운호 기자

▲조선영상비전 고운호 기자

11월6일 오후 8시50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실 부속실 창문으로 한 남성의 모습이 보였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


그는 이날 오전 검찰에 출석하며 질문하는 기자를 불쾌한 듯 날카롭게 쳐다봐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우 전 수석이 검찰 조사를 받는 장면을 취재하라는 지시를 받고 서울중앙지검 맞은편 서초동의 한 빌딩 옥상으로 올라간 지 30여 분 만에 그가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600㎜ 망원렌즈에 컨버터를 끼운 카메라 셔터를 정신없이 눌렀다. 우 전 수석은 목을 뒤로 젖혀 돌리는 스트레칭을 하며 검찰 직원들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검찰 직원들이 벌떡 일어났다. 조직의 상사를 대하듯 깍듯한 모습이었다. 우 전 수석은 자기 사무실인 듯 여유 있게 왔다 갔다 했다.


밤 9시19분, 또 다른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자세로 서 있다가 무슨 이유인지 검찰 관계자들 앞에서 크게 웃었다. 그는 우 전 수석의 변호인인 곽병훈 변호사였다.


밤 9시25분, 우 전 수석이 다시 나타났다. 그는 지퍼를 반쯤 내린 점퍼 차림에 팔짱을 끼고 웃음을 띤 채 여유로운 표정으로 두 명의 검찰 관계자들에게 말을 걸었다. 두 검찰 관계자는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우 전 수석의 말을 경청했다. 우 전 수석 말에 간간이 웃기도 했다. 셔터를 눌렀다. ‘팔짱 낀 채 웃으며 조사받는 우병우’의 모습이 박제되어 7일 자 1면에 실렸다.


사진 전송을 마치고 새벽 1시까지 자리를 지켰다. 찍은 사진은 900여장. 그 속에 우 전 수석을 대하는 검찰의 자세를 짐작하게 하는 장면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조선영상비전 고운호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