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LG' 41억 뒷돈 갑질 10개월의 추적

제314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 / MBC충북 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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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충북 정재영 기자

“보도 안 하겠다고 하면 차라도 한 대 뽑아줄 텐데…. 젊어서 아직 세상을 잘 모르시네.” 어렵게 찾아낸 갑질 피해업체의 대표가 인터뷰를 거절하며 한 말이다. 돌아보면 6년차 사건기자의 승부욕을 불러일으킨 고마운 충고였다.


소문에서 출발한 취재는 내내 맨땅에 헤딩, 김 서방 찾기의 연속이었다. 1년 넘게 수사하고도 보도자료 한 장 내지 않은 이유를 묻는 내게 돌아온 건 ‘간부 하나가 특혜를 노린 업체와 짜고 저지른 10억짜리 뒷돈 사건일 뿐’이라는 검찰의 냉소 섞인 답과 지역경제를 위해 보도를 자제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경찰 수사책임자의 황당한 권유였다.


안면이 있건 없건 반 사정 하다시피 인맥을 총동원하고, 유일하게 또 가감 없이 얘기를 들을 수 있는 법정에 나가 정보를 조각조각 모았더니 서서히 안개가 걷혔다. 이런저런 이유를 댔지만 수사는 못 한 게 아니라 안 한 거였다.


정도경영을 주창하는 굴지의 대기업에서 부서장 한 사람이 협력업체의 선정부터 단가 결정권까지 10년 넘게 막강한 권한을 휘두를 수 있는 허술한 관리 구조. 매달 직원들 월급 걱정하는 처지면서도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거절 못하고 엄청난 금액을 바칠 수밖에 없었던 협력업체들. 마치 먹이사슬처럼 대기업은 중견기업에, 중견기업은 영세업체를 상대로 자행하는 뒷돈 관행을 두둔하기라도 하듯 물렁한 법. 뒤늦게나마 올곧은 검사가 공소시효가 남아 있던 6억원의 출처를 밝혀 추가 기소한 게 다행이었다.


2심 재판이 진행 중이긴 하지만 뒷돈 받은 간부의 입에서 윗선에 상납했다는 말이 나왔는데도 수사로도, 취재로도 명확히 밝혀내지 못한 건 아쉬움이 남는다.


무리한 도전을 이어갈 수 있게 도와준 얼굴 없는 분들께 영광을 돌리며 갈무리한다.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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