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공개 최순실

제314회 이달의 기자상 전문보도 사진 / 시사IN 조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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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조남진 기자

인천 아시안게임의 승마 마장마술 경기가 열린 2014년 9월20일. 오전 9시쯤부터 저녁 7시까지 나는 정윤회씨만 기다렸다. 박근혜 정권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정윤회씨의 딸 정유라 선수가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 국가대표에 선발되었다는 보도를 접한 뒤 아시안게임 취재등록을 했다.


그때만 해도 최순실씨가 아니라 정윤회씨가 비선 실세로 통했다. 둘 다 얼굴이 알려지지 않았다. 정윤회씨는 20여 년 전에 찍은 흑백사진 한 장뿐이었다. 방법이 없었다. 관객석을 눈대중해 격자로 나누었다. 관람객을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촬영했다. 그중에는 모 그룹 회장도 있었다. 사진기자 선후배들은 “시사IN도 아시안게임 취재해요?”라며 의아해했지만 묵묵히 셔터만 눌렀다.


정유라 선수가 금메달 시상식 세리머니를 마치고 가족으로 보이는 이들과 휴대전화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때도 놓치지 않고 다가가며 셔터를 계속 눌렀다. 흰색 블라우스 차림에 머리에는 선글라스를 끼고, ID카드를 목에 건(당시 체육회나 마사회 관계자쯤으로 보였음) 중년 여성이 정유라 선수 주변인들을 촬영하던 나를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짜증 섞인 말투로 “그만 좀 찍으라고!” 소리쳤다. 물론 그 모습까지 다 담았다.


나를 노려보며 소리 지르던 그 여성이 바로 최순실씨였다. 회사로 복귀해 목에 걸린 ID카드를 확대해보니 최순실씨의 개명한 이름 ‘최서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그때 바로 보도하지 못했다. 그때만 해도 비선 실세 의혹의 중심은 정윤회씨였다. 나는 언젠가는 최순실씨 사진을 보도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그날이 꼭 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시사IN 지면에 처음 공개된 최순실씨의 민낯 사진은 그렇게 2년 만에 빛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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