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에 휩쓸렸다 극적인 구조

제314회 이달의 기자상 전문보도 사진 / 동아일보 박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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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박영철 기자

10월4일 저녁 뉴스에서는 18호 태풍 ‘차바’가 많은 비바람 피해를 입히고 제주도를 지나 5일 오전에 전남 여수로 상륙한다는 기상특보가 연신 귀를 울리고 있었다.


5일 아침 여수 오동도는 오가는 차량이 부쩍 줄어 태풍 전의 고요를 실감하게 했다. 카메라를 챙겨 관측이 용이한 인근 주차장에 서서 바닷가를 주시하고 있었다. 길게 뻗은 방파제 옆으로 통상적으로 보이지 않던 커다란 여객선이 눈에 들어왔다. 새벽 6시경에 정박한 부두에서 닻이 밀려서 방파제까지 떠밀려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파도를 포착할 마음으로 셔터를 누르는데 멀리 여객선 쪽으로 다가서는 사람들이 보였다. 불안한 마음이 조금 들긴 했으나 카메라 셔터를 계속 누르며 상황을 지켜봤다. 그런데 갑자기 집채만 한 파도가 방파제를 먼저 강타하더니 점점 앞으로 다가서며 대피 중인 사람들을 덮쳤다. 그 순간 긴장을 넘어서는 두려움에 정신없이 카메라를 꼭 잡고 셔터를 눌렀다.


2번째 파도가 강타할 때는 사람들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이 보였다. 기자 생활하는 동안 태풍취재 경험은 꽤 있었지만 인명피해 상황이 눈앞에서 펼쳐지자 당황하고 떨리기까지 했다. 한쪽에서는 해경구조대원들이 다시 바다로 뛰어들어 파도에 떠밀린 선원들과 구조대원들을 붙잡고 오는 것이 보였다.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 강하게 몰아치던 파도가 점점 약해져 가는 것이 보였다. 물에 빠진 선원들의 구조작업도 순조롭게 진행돼 전원 구조했다는 속보가 나왔다. 안도의 숨을 몰아쉬면서 차에 올라서는데 자연재해의 엄청난 파괴력과 인간은 한편으론 바람 앞의 낙엽 같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10월 초에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차바’는 10월이 다 가기 전에 우리 한반도에 휘몰아칠 국정농단의 예고탄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기자의 머릿속에는 떠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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