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보도로 무너진 박근혜 정부

314회 이달의 기자상 시상식
최순실 보도 주역들 한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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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에서 시작된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이 사실로 밝혀지고 “임기 단축 등 진퇴문제를 국회에 맡기겠다”는 대통령의 퇴진 발언이 나온 데는 기자들의 치열한 취재가 있었다.


29일 한국기자협회가 주관하는 ‘제314회(10월) 이달의 기자상’ 시상식에는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사건을 파헤친 주역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최순실’이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등장시킨 한겨레부터 대통령 연설문과 발언자료 등 각종 국정운영 관련 문서가 최씨에게 사전 유출된 정황이 담긴 태블릿PC를 공개해 국민적 분노를 촉발한 JTBC,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을 처음 제기하고 최씨가 대통령의 의상을 관리한 영상 등을 보도한 TV조선, 최씨 독일 유령법인 설립 등을 확인한 경향신문까지. 머리에 선글라스를 쓴 최씨의 모습을 2014년 최초로 포착했던 시사인도 전문보도부문(사진)에서 수상했다.


▲29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의 한 백화점 가전제품 매장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담화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이번 국정농단 사태에서 언론의 역할은 컸다. 끈질긴 추적 보도로 소극적이던 검찰 수사에 불을 붙였다. 언론 보도에 오르내렸던 인물들은 상당수 구속됐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지난 20일 최씨, 안종범 전 청와대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등을 기소하면서 밝힌 공소장에는 그동안 언론이 보도했던 내용이 고스란히 담겼다. 검찰이 공소장에 박근혜 대통령을 사실상 주범으로 명시한 것도 언론의 지속적인 보도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대통령 탄핵 혹은 퇴진 정국에서 언론이 해야 할 일은 여전히 많다. 29일 박 대통령은 3차 대국민 담화에서 “여야 정치권이 국정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야 3당은 탄핵 강행 입장을 분명히 했고 오는 주말에도 전국 곳곳에서 촛불이 켜질 것이다. 이날 오전 이달의 기자상 시상식에서 기자들은 “더 열심히 하겠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정제혁 경향신문 기자는 “취재에 늦게 뛰어들었기 때문에 앞서 이번 사태를 의제화한 동료들이 자극이 됐다”며 “의혹 제기를 넘어 혐의를 입증해 입건할 수 있는 팩트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손용석 JTBC 특별취재팀장은 이번 사태와 세월호 참사의 본질은 같다고 설명했다. 손 팀장은 “두 사건 모두 컨트롤 타워 부재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대통령의 탄핵이나 하야가 중요한 게 아니라 비선들이 어디까지 침투했는지 파헤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TV조선은 미르·K스포츠재단과 최씨의 연관성을 최초로 보도한 7월부터 이 사안을 가장 오래 다루고 있다. 박경준 TV조선 기자는 “처음 취재를 할 땐 땀이 뻘뻘 흐를 정도로 더웠는데 어느덧 겨울이 돼 첫눈도 내렸다”며 “영상과 문건을 입수하는 과정도 중요했지만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이 어려웠다. 이 국면이 내년까지 이어질 텐데 더 잘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방준호 한겨레 기자는 “의혹을 신문에 실을 수 있는 사실로 취재해나가기까지 많은 일이 있었다. 참담하고 충격적인 상황에서 우리가 어떤 보도를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이런 자리에 서 있다는 게 뿌듯하다. 함께 보도한 타사 선후배 기자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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