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162명 발의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 표류
공영방송 제 역할 찾자는데
간사 협의로 결정해야 한다며
여, 법안심사소위 회부 반대
야 "상임위원장이 직무유기"
“정권이 바뀌면 달라질 거라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부끄럽고 암담합니다. 왜 공영방송이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 바뀌어야 하나요?” 지난 2012년 공정방송 파업 이후 해고와 무더기 전보로 보도국의 대부분이 물갈이된 MBC 내부에서는 공영방송의 지배구조가 우선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비보도부서로 전보된 MBC의 한 기자는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낙하산 사장을 앞세워 보도를 틀어쥔 이후 MBC는 무너질 대로 무너져 회복 불능에 이르렀다”며 “지배구조를 손보지 않으면 공영방송의 독립성은 바로 서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언론 보도에서 KBS와 MBC 등 공영방송이 침묵·물타기·외면 보도로 일관, 제 역할을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근본적인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법안은 △공영방송 이사수를 13명으로 늘리고 방송통신위원회 이사 추천권 삭제 △사장추천위원회와 특별다수제(재적 이사 3분의 2이상 찬성) 도입 △노사 동수 추천의 편성위원회 구성 법제화 △이사회 회의록 공개 및 비공개 사유 제한 등을 담고 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방통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 등 4개 법안의 개정안이 이에 해당된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현재 KBS 이사회 11명(여야 7대4), MBC 대주주인 방문진 9명(여야 6대3), EBS 이사회(여야 7대2) 등으로 여야 불균형이 심각한 이사 수가 각 13명(여야 7대6)으로 통일된다. 전체적으로 보면 기존 여야 ‘20대9’였던 구도가 ‘21대18’로 편향성이 줄어드는 안이다. 정부여당 입김에 취약한 현 구조를 어느 정도는 개선하는 셈이다.
이날 미방위 전체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간사 간 협의란 이유로 법안 심사 자체를 막는 것은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의 권리와 책임을 가로막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를 방치하는 상임위원장 역시 직무유기를 하는 것”이라며 신상진 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했다.
박홍근 의원은 “국회법 57조와 58조에는 안건을 심사할 때는 검토보고를 듣고 찬반토론을 거쳐 표결토록 하거나 상설 소위원회에 회부해서 보고토록 하고 있다. 간사 간 협의라는 인위적 관행을 이유로 회부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이고 대체토론을 했기 때문에 소위에 회부하고 법안 처리 우선순위만 간사 간 결정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여야 간사는 다시 협의에 들어갔고 이후 속개됐지만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박홍근 의원은 “박대출 간사와 30여분간 논의를 했지만 여전히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여당에서는 대체토론이나 심사 시기도 못 박을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해당 법안은 발의 전 야권과 언론시민단체의 논의 과정에서 ‘통과를 염두에 두고 너무 여당에 많이 양보한 안’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개정안 역시 정부여당에 유리한 게 현실인 만큼 이 과정에서 여야 동수의 이사회 구성 등 보다 급진적인 의견도 나왔다.
큰 틀에서는 여야 공히 대선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현 상황이야 말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제안하기 적절한 시점이라는 인식도 있었다. MBC 한 기자는 “여전히 정부여당에 유리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최소한 김재철 같은 인사가 사장으로 오는 것을 막는 것만으로도 일단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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