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의혹과 일본 언론의 뉴스가치

[글로벌 리포트 | 일본]이홍천 도쿄 도시대학 교수

▲이홍천 도쿄 도시대학 교수

일본 언론은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의혹의 공모자였다는 검찰의 발표에 대해서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검찰이 현직 대통령을 국정농단 사건의 공범으로 명시하고, 기소장에 대통령의 위법행위를 적시하면서 용의자로 취급한 것에 일본 언론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한국 여론을 주시하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이 5%로 곤두박질치고 20대는 지지율 0%. 주말마다 벌어지는 축제를 방불케 하는 대규모 평화 시위는 한류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일본의 주요 방송사들도 앞다퉈 집회를 중계하거나 서울을 연결해 관련 소식을 전하고 있다.


지난 21일(월요일)자 일본 신문들은 한국 검찰이 대통령 공모를 발표한 소식을 1면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대통령과 검찰이 대립하고 있는 한국의 정치 상황은 뉴스가치가 높은 흥미진진한 뉴스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이날은 더 중요한 국내 뉴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뉴스가 1면 톱이나 사이드 톱으로 처리됐다.


월요일자 일본 신문에는 중요한 뉴스가 2건 등장한다. 하나는 러·일 정상회담이다. 아베 총리는 일요일 오전에 페루 수도 리마에서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올해 들어 3번째 만나는 정상회담이어서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의 영유권 문제와 양국 간 평화조약 체결 문제가 크게 진전될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 않았다. 왜냐하면 양국 정상은 올해 5월 소치 정상회담, 9월의 블라디보스토크 정상회담에 이어서 3번째 만남이고 지금까지 총 15번의 만남을 가졌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올해 2번의 정상회담에서 “평화조약에 관한 깊이 있는 논의를 했다”면서 북방영토와 평화협정 체결에 긍정적인 진전이 있었다고 기자들 앞에서 자신 있게 밝혔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북방영토가 ‘러시아 주권이 있는 영토’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에 그쳐 회담을 마치고 나오는 아베 총리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이번 회담은 영유권 문제가 기대한 만큼 전진하지 못하고 암초에 부딪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로 끝났다. 영유권 문제 해결을 치적으로 삼으려는 아베 총리의 의도는 당분간 이뤄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를 1면 톱으로 다룬 곳은 아사히신문과 도쿄신문 뿐이다.


두 번째 뉴스는 출동 경호 등 새로운 임무를 부여 받은 자위대가 평화유지군 활동을 위해 남수단으로 출발한다는 뉴스다. 이번 파견은 안보법 재개정 이후 자위대 활동이 넓어진 첫 사례다. 출동 경호는 유엔 등 비정부 기구 직원이나 타국 군대가 무장단체의 공격을 받았을 경우 자위대가 출동해 구조활동을 벌일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법 개정시에도 위헌 논란에 휩싸였고 실제로 새로운 임무가 부여되면서 논란이 재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법 개정 이후에도 위헌 논란이 가라앉지 않는 상황에서 자위대를 남수단에 파견하는 것은 여론의 반발을 초래할 것이 명백하기 때문에 아베 정부는 여론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위대 파견 뉴스를 1면에 게재한 곳은 도쿄, 아사히, 요미우리에 그쳤다.


이런 뉴스들을 제치고, 최순실 의혹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의 공모를 적시한 검찰 발표 뉴스가 1면 톱을 차지한 곳은 산케이, 마이니치, 요미우리다.


산케이는 1면 톱으로 ‘권력에 집착 대결 양상/박씨는 공모 관계’와 3면에 ‘대통령 범죄색 짙어’라는 기획기사를 실었다. 마이니치는 ‘박 대통령도 공모/박씨측(대통령)방문조사 거부’라는 기사를 1면 톱으로 실었고, ‘한국 혼란 장기화/청와대는 검찰 대립’기사를 2면에 실었다. 요미우리는 ‘박 대통령 공모 인정/한국 검찰 최순실 등 3명 기소/대통령 반발 검찰 청취 거부’를 1면에 게재했다. 닛케이는 리마에서 열린 러일 정상회담 보다는 TPP 존속을 위해서 관계국의 협조를 요청하는 아베 총리의 활동을 1면 톱으로 처리했다.


월요일자에는 박근혜 대통령 이외에도 한국인 2명이 등장한다. 1명은 2년 연속 상금왕에 등극한 골프의 이보미 선수이고, 또 다른 1명은 일본판 인공지능 딥젠고와의 두번째 대결에서 불계패한 조치훈 9단이다. 박근혜 대통령과는 달리 이들 두 사람에 대한 기사는 따뜻하다. 신문마다 이보미 선수의 웃는 얼굴이 큼직하게 실려 있는 게 그나마 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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