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여파로 영국 방송산업 광고수입 급감

[글로벌 리포트 | 영국]김지현 골드스미스 런던대 문화연구 박사과정

▲김지현 골드스미스 런던대 문화연구 박사과정

영국의 방송사들에게 2016년은 최악의 해로 기억될 듯하다. 지난 6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부를 두고 실시한 국민투표의 결과가 ‘탈퇴’로 드러난 뒤 광고 수입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개월 동안 BBC나 파이낸셜 타임즈와 같은 영국의 주요 언론은 투표 결과가 “현재까지는 경제에 큰 영향을 주고있지 않다”고 분석해왔다. 하지만 TV산업이 체감하는 현실은 정반대다.


가디언은 10월20일과 24일에 연이어 TV광고시장이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올해 들어 크게 위축됐다고 보도했다. 조사 결과, 영국 TV산업의 전체 광고수입은 9월까지만 전년 대비 1~2% 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수치상 작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2009년 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여파로 잠시 주춤한 것을 제외하고는 연이어 호황을 누려온 영국 TV산업으로서는 무시하기 힘든 결과다.


영국의 상업방송사인 ITV는 그에 대한 대응을 가장 빠르게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애덤 크로지어(Adam Crozier) 사장이 직접 브렉시트를 언급하며 “이후의 정치와 경제에서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대규모의 인력감축을 실시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것이다.


ITV 측은 올해 9월까지의 실적만 조사한 결과, 전년 대비 1% 이상 광고수입이 줄어들었다며 이를 만회하려면 적어도 2500만 파운드 이상의 예산을 감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예상되는 인력감축의 규모는 120명 정도다.


TV광고 판매를 대행하고 있는 미디어 에이전시들 역시 이번 수익 감소를 일시적 현상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며 방송사들이 언제 닥칠지 모르는 최악의 상황에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출판업계의 TV광고 판매를 중개하고 있는 한 회사에서는 지난 한 달 동안 눈에 띄게 판매율이 낮아진 사실을 앞서의 가디언 보도에서 밝히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지난 10월 초 아시아 금융시장에서 파운드화가 폭락한 시점과 겹친다.


국민이 내는 수신료로 재원을 충당하는 BBC지만 전체 방송시장의 위축을 방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난 달 13일, BBC는 TV 제작 분야의 전체 고용인원에서 15%에 달하는 300명을 해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BBC 경영진은 사내 반발이 예상되지만 영국 정부와 약속한 예산감축안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그 이유를 들었다. 현재 BBC는 TV 제작부서를 별도의 상업기구인 ‘BBC 스튜디오’로 분리시키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인력감축도 그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브렉시트의 부정적 여파가 방송산업에서 멈추느냐다. 지난달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 상임의장이 유럽연합 탈퇴는 결국 영국에 손해가 될 것이라고 언급한 데 이어 테레사 메이 총리가 이민자 정책에서 후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면서 영국에서는 향후 전개될 브렉시트 협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받고 있다.


이 ‘하드 브렉시트(Hard Brexit)’가 현실이 되면 브렉시트 이전부터 불황을 겪어 온 신문산업이 입을 타격은 방송 이상으로 심각할 수 있다. 그 동안의 우려가 현실이 된 상황에서 비상이 걸린 영국 미디어 산업이 급하게 꺼내든 방편이 언제나처럼 인력 감축안이었다는 것은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방송사들이 중장기적 대안을 내놓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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