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미르·K스포츠 비리 의혹' 최순실 파문 물꼬

제313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 기자상 심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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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복지사각 제로맵’ 탄탄한 기획력·취재력 보여준 수작


연일 쏟아지는 비리와 추문으로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 무거운 마음으로 9월 이달의 기자상 심사에 임했는데, 어느 때보다 알찬 출품작들을 보며 더없이 반가웠다. 출품작 수는 평소보다 다소 적었지만 권력비리 추적에서 평범한 일상에 도사린 위험환기까지 다양한 주제가 깊이 있게 다뤄졌다. 덕분에 올해 들어 가장 많은 11편의 수상작이 나왔다.


취재보도 부문에선 세 편이 선정됐다. 한겨레의 ‘이번엔 스폰서 부장검사…수사검사에 사건무마 청탁’은 이견의 여지가 없는 완벽한 특종 보도였다. 스폰서 당사자의 제보가 시발점이었으나 치밀한 취재 덕에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한겨레가 진경준 전 검사장을 비롯해 법조비리를 끈질기게 추적해 온 점이 제보의 계기가 된 점도 평가를 받았다.


‘초인종 의인’사연을 최초 보도한 채널A의 ‘불길 속 이웃 살리고 식물인간’은 단신 처리됐던 화재 사건의 현장을 꼼꼼히 취재한 기자의 노력이 돋보였다. 속도에 쫓겨 자칫 소홀하기 쉬운 현장 취재의 힘, 발품 들인 기사의 가치를 새삼 돌아보게 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은 사실 TV조선이 7, 8월 집중 보도할 당시엔 관심을 받지 못하다가 9월 한겨레 보도를 계기로 뒤늦게 이슈화됐다. 그러나 TV조선의 취재가 없었다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어려웠던 사안이고 후속 기사 대부분이 TV조선이 다뤘던 내용이었을 정도로 애초 보도가 훌륭했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새로운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검찰 수사도 시작된 만큼 TV조선을 비롯한 언론들이 더 끈질기게 추적해 주기를 바란다.


경제보도 부문에선 서울경제의 ‘청담동 주식부자의 허상’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청담동 주식부자’의 장외주식 부정거래 의혹을 피해자 취재 등을 통해 밝혀냄으로써 한탕주의가 만연한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부문은 경향신문과 한겨레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경향신문의 ‘독한 사회-생활화학제품의 역습’은 가습기 살균제 파문에서 그치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각종 화학제품들의 위험성을 실험 등 다양한 접근법을 통해 경고한 수작이다. 한겨레의 ‘국정원 공제회 양우회 대해부’는 접근 자체가 쉽지 않은 국정원, 그것도 실체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양우회를 파헤친 수작이다. ‘감시의 공백’이었던 영역에 감시의 칼날을 들이댄 발군의 취재력이 돋보였다.


지역취재보도 부문은 무려 4편의 수상작이 나왔다. 전남일보의 ‘광주사립고 생활기록부 무단 수정 및 성적 조작 의혹’은 비슷한 사례 보도가 없지 않았으나 학교 차원의 조직적인 생기부 조작에서 교육당국의 허술한 관리감독, NEIS 시스템의 문제까지 두루 지적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부산일보의 ‘그래도 되는 죽음은 없다-부산교도소 재소자 사망 사건’은 한 명의 죽음만이 아니라 징벌방 등 교도소 운영의 구조적 문제까지 추적해 재소자 인권 문제를 환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TBC의 ‘전면 재시공…‘부실’ 스크린 도어’는 플랫폼 추락사고를 막기 위해 도입한 스크린도어가 얼마나 허술하게 설치·관리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지속적인 추적 보도가 기대된다.


울산MBC의 ‘한국동서발전 발암물질 유출 수산물 파문’은 해경의 조사결과 발표가 단초가 됐지만 심층 취재를 통해 지역 밀착보도의 좋은 사례를 만들어냈다.


지역기획보도 부문 수상작인 ‘복지사각 제로맵’은 탐사보도에 강한 면모를 보여 온 부산일보의 기획력과 취재력이 십분 발휘됐다는 상찬이 쏟아졌다. 문헌 연구와 통계 분석이 중심에 놓였으나 동네 골목골목을 훑는 현장 조사, 그리고 멀리 해외 취재까지 아울러 땀 냄새 물씬 나는 수작을 빚어냈다. 지역별로 구조와 도움이 필요한 정도를 보여주는 ‘부산 SOS 지수’ 개발도 흥미로운데, 앞으로 이를 활용한 더 심층적인 보도를 기대한다.


온 나라를 탄식과 분노로 들끓게 한 ‘최순실 의혹’ 보도를 지켜보며 한 언론학자는 “타락한 권력에 대한 증오가 언론의 가장 오래된 그리고 고유한 사회적 기능”이라는 말을 상기시켰다. 언론 본연의 역할을 잊지 않은 기자들의 분투를 응원한다.

<기자상 심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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