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기업을 통한 '혁신의 피' 수혈

[언론 다시보기] 예병일 플루토미디어 대표

▲예병일 플루토미디어 대표

#인터넷과 모바일에 이어 소셜네트워크와 빅데이터, 인공지능까지. 테크놀로지가 언론 미디어 분야에 격변을 일으키고 있다.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 미디어들은 심리적으로도 비즈니스적으로도 모두 위축된 채 아직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기존 미디어’는 어떻게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 지금 단계에서 효율적인 방법이 하나 있다. 스타트업에 주목하는 것이다. 미디어 관련 콘텐츠 스타트업과 기술 스타트업의 동향을 주시하면서 인수나 투자, 제휴에 적극 나서는 것이 기술 혁신 시대에 ‘올드 미디어’가 적응할 수 있는 좋은 해법이다.


#왜 스타트업인가. 이유는 하나다. 세상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을 통해 ‘혁신의 피’를 수혈 받아야 하는 시대다. 기존 서비스의 업그레이드나 내부에서만의 변화 시도로는 급변하는 시대를 따라잡기 힘들다. 둔중한 기존 언론 조직이 변화할 수 있는 속도보다 훨씬 더 빠르게, 기술과 서비스 모델이 바뀌고 있지 않은가.


비싼 설비와 축적된 과거의 노하우가 중요했던 시대는 저물고 있고, 아이디어와 민첩성, 유연성이 중요한 시대가 왔다.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등장으로 기존의 설비와 성공 경험은 스타트업들에게 더 이상 ‘진입장벽’이 되지 않기 시작했다. 오히려 기존 기업에 변화를 방해하는 ‘혁신장벽’이 되고 있다. ‘과거의 성공’에 필요했던 설비와 조직, 비즈니스 모델이 거꾸로 빠르고 근본적인 변화를 가로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에 스타트업들은 최소한의 핵심 설비와 직원만으로 민첩성과 유연성을 극대화하면서 신속하고 거침없이 소비자의 니즈에 부합하는 서비스를 출시한다. 아마존 웹 서비스(AWS) 등 외부 자원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고정비용을 최소화하고 가벼워진 몸으로 빠르게 혁신을 시도한다.


‘혁신장벽’은 구태의연한 기업들에게나 해당되지 우리 얘기는 아니라고? 천만의 말씀이다. 야후가 그랬고, 심지어 최고의 혁신 기업이라는 ‘천하의 구글’도 그런 적이 있다. 구글이 수년 전 구글플러스라는 ‘매우 잘 만들어진 서비스’를 선보였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구글은 2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이 서비스를 만들었지만, 출시했을 때는 페이스북이 이미 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확보하고 있었다. 그 서비스는 실패로 끝났다.


#월요일 아침 종합일간지들까지 1면과 경제면 톱으로 AT&T가 타임워너를 97조원에 인수했다는 기사를 실었다. 격변하고 있는 미디어 업계의 모습을 보여주는 뉴스다. 통신회사와 미디어-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사상 최대 인수합병으로 탄생한 ‘콘텐츠를 갖춘 공룡 통신사’. 물론 이 합병은 현재의 우리 시장 현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사례다.


우리의 경우를 보자. 올해 들어 조선일보, 매일경제, 한겨레, 중앙일보가 네이버와 합작법인을 만들어 ‘JOB&’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를 네이버 모바일에 서비스하는 등 이런 저런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눈에 띄는 이 사례는 테크놀로지와 플랫폼을 갖고 있는 네이버와 제휴하는 ‘실험’을 하는 것인데, 사실 언론사 입장에서는 근본적인 해법은 될 수 없다. “이렇게라도 해봐야지 다른 방법이 없지 않은가”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네이버에 ‘의존’하는 모델이다.


#임시방편으로 네이버와 손을 잡을 땐 잡더라도 ‘기존 미디어’의 입장에서는 동시에 기술과 콘텐츠 스타트업 회사들을 찾아 나설 필요가 있다. 소규모 스타트업들도 거대 IT기업보다는 언론사와 더 잘 윈윈할 수도 있다. 그리고 여건에 맞게 인수나 지분 투자, 제휴를 통해 네이버에 의탁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독자적이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계속 시도해보는 거다. 작지만 민첩한 스타트업들을 통해 ‘혁신의 피’를 수혈하면서 시대의 변화에 올라타야 한다. 그게 효율적인 전략이다.

예병일 플루토미디어대표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