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송복 명예교수 1년 특별연재 논란

노조 "정상적 언론 아냐…연재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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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10월20일자 28면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의 특별기획연재.


서울신문에 연재를 시작한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의 특별기획이 기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구성원 간 논의 없이 대표적 극우성향 학자인 송 교수의 글을 장기간 연재하는 데 대한 문제제기다.


서울신문은 20일 송 교수가 집필하는 특별기획 '유쾌한 꼰대씨 송복이 말하는 나, 우리, 대한민국'(기사보기)을 앞으로 1년간 격주 목요일마다 연재한다고 밝혔다. 서울신문은 "송 교수는 일련의 연재를 통해 한국 사회의 상층은 누구이며 급격한 경제발전에 따라 형성된 '뉴리치 뉴하이'의 실체를 분석하고 이들의 특혜와 책임을 따져 그들을 깨우쳐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신문은 송 교수의 글을 요약한 소제목에 "탁월한 리더 이승만·박정희 - 아무리 과가 있어도 그 공은 축복,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열에 올리고 한·미동맹을 공고화해 기틀 잡아. 뛰어난 조직 기업·군대 - 6·25전쟁 거치며 '군다운 군' 갖춰 명실공히 '현대국가' 대열에 올라"라고 강조했다.


28면 전면을 채운 글에서 송 교수는 지도자로서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 "이승만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자유민주주의'를 알았겠는가"라며 "당시 정치 지도자들 중 자유민주주의를 몸소 체험하고 체득해서 그 실체를 진정으로 아는 지도자는 없었다. 오직 이승만 대통령만이 독보적이며 유일무이였다"고 썼다. 반면 김구 선생에 대해서는 "독립운동을 이끈 민족의 대 지도자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를 경험해 본 적도 없고 공부해 본 일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현대국가의 정의는 '적나라한 물리력의 독점체'다. 국가만이 적나라한 물리력, 곧 군대를 가질 수 있다"며 "6·25를 겪으면서 그런 군대를 가졌고 명실공히 '현대국가'가 되었다. 지금 우리군은 역사상 처음으로 가져보는 가장 조직화 된, 전투력이 센, 효과적으로 기능하는 조직"이라고 치켜세웠다.

 
이를 두고 서울신문의 한 기자는 사내게시판에 "송 교수가 말하는 자유민주주의는 미국식 민주주의를 뜻할 것"이라며 "20세기 초의 미국식 민주주의가 과연 긍정적이었는지 차치하더라도 평생 중국에서 독립운동을 펼친 김구 선생에 대해 ‘자유민주주의를 몰랐다’고 비난할 거리인가"라고 비판했다.


해당 기자는 "요약해보면 '군대가 있어야 나라다. 6·25 전쟁을 겪으면서 군대를 가졌다. 그전엔 사실상 국가가 아니었다'인데, 이는 임시정부를 부정하는 전형적인 건국절 논리"라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우리신문이 이와 관련해 '광복절이 아닌 건국절로 하자'고 합의한 적이 있었나"라며 "반 헌법적인 내용을 공공연히 실으면서 '바른 보도로 미래를 밝힌다, 공공이익과 민족화합에 앞장선다'고 스스로 우리의 다짐으로 내세울 수 있느냐"고 꼬집었다.


또 다른 기자도 사내 게시판에 "송 교수를 잘 알지 못하지만 이게 과연 중도를 지향하는 우리 신문의 방향에 맞는 내용인지 의문을 지울 수 없다"며 "서울신문은 그래도 '기계적 중립'은 지키려고 노력해 왔다. 과연 송 교수의 글이 회사의 지향점과 맞는 것인지 선배들께 묻고 싶다"고 했다.


노조는 20일 오후 성명을 내고 송 교수의 기획연재 중단을 촉구했다.


노조는 "그나마 중도라고 자처했던 서울신문이, 최소한 기계적인 중립만은 지킨다며 위안했던 신문이 별안간 커밍아웃이라도 선언한 것인가"라며 "우리가 수차례 경고했듯 '누구를 위해' 뉴스를 만드느냐는 언론인으로서의 기본 양심이 달린 문제다. 그런 면에서 지금의 서울신문, 정확히 오늘 신문은 ‘정상적인 언론’이라 할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노조는 "편집국장은 날마다 1면 거리가 없다고 한숨 쉬고, 보다 못한 데스크는 기획이라도 내라고 기자들을 닦달한다"며 "하지만 정작 곳곳에 쓸 내용은 넘치는데 청와대 눈치를 보느라 드러난 사실조차 쓰지 못하게 막으니 지면을 채울 기사가 없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런 결론이 송복 교수의 기획연재 자살골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노조는 "김균미 편집국장도 이번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부드러움과 순응만이 현재 편집국을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은 아니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노조는 "이번 기획연재가 서울신문을 보수화하라는 청와대의 지시가 아니라면 신문사 이름에 먹칠한 기획자를 즉시 찾아내고 교체하라"며 "그것만이 쏟아진 물을 담을 수 있는 유일한 수습책"이라고 강조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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