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부당인사, 검찰 소환·기소…위협받는 언론자유

리포트 조작 의혹 제기
김희웅 기자 심의국 발령
고발 취소했는데 기소
휴대전화 압수수색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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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백한 보복 인사다. 뉴스의 기본적인 원칙과 최소한의 기자 윤리를 지키자는 목소리에, 사측은 ‘보복 인사’로 답했다.” 지난 11일자로 전보 통보를 받은 김희웅 MBC 기자협회장을 두고 내부에서는 말이 많다.


김 회장은 지난 6월 보도국 뉴스시스템 게시판에 ‘리포트에 삽입되는 익명 인터뷰에 대한 준칙이 마련돼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뉴스데스크 리포트에 담긴 두 개의 익명 인터뷰가 동일인으로 의심된다는 내용이었다.


MBC는 지난 11일 김 회장을 보도전략부에서 NPS추진센터로 발령 난 지 8달 만에 심의국으로 보냈다. MBC의 한 기자는 “내부 자정 기능을 완전히 몰살시킨 것과 다름없다”며 “사측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징계를 서슴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내부 기자도 “지난 2012년 파업 이후 부당징계, 전보 때문에 현 보도국 내에 남아 있는 기존 인력이 소수가 돼버렸다”고 하소연했다.


MBC 내부만의 일이 아니다. 기자들의 수난이 안팎에서 이어지고 있다. 내부에서는 해고와 징계, 전보를 통해 기자들의 손발을 묶고, 외부 권력은 기소와 압수수색 등으로 압박하고 있다. 


지난 10일 검찰은 김준수 오마이뉴스 편집기자를 선거법 위반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올려진 글을 검토하고 편집하는 역할만 맡는 편집기자가 수사를 받고 기소까지 되는 이례적인 일이 발생했다.


김 기자는 총선 당일인 지난 4월13일, 한 시민기자가 오마이뉴스에 올린 ‘이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지금 투표하러 가십시오’라는 제목의 칼럼을 거의 수정하지 않고 내보내 공직선거법 256조 ‘투표참여 권유 활동 방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글에는 단원고 희생자들이 살아 있었다면 생애 처음으로 투표할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다는 내용과 함께 세월호 모욕 총선 후보자와 성소수자 혐오 의원 리스트 등이 담겨 있었다.


검찰 수사에서 김 기자는 선거 의제로 보도했다고 해명했지만 검찰은 “피고인은 시민기자 및 오마이뉴스 편집국 최종 책임자와 공모해 특정 후보자를 반대하는 내용을 포함해 투표참여를 권유하는 행위를 했다”며 기소 결정을 내렸다.


김 기자는 “기소까지 될 줄은 전혀 몰랐다”며 수사 과정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했다. 그는 “보수단체가 고발장을 접수한 당일 고발을 취소했는데, 바로 다음날 검사에게 사건이 배당됐다. 검사도 중간에 바뀌는 등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애초 보수단체는 공직선거법 8조만 적용해 고발했는데, 검찰이 256조를 적용했다”며 “처벌조항을 넣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날 이명진 조선일보 기자도 검찰수사를 받았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처가와 넥슨코리아의 1300억원대 부동산 거래 의혹을 보도한 것에 대한 조사를 받기 위해서다. 지난 8월에는 검사와 수사관들이 이 기자의 휴대폰을 압수해 조선 내부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 기자는 “검사와 세 명의 수사관이 집에 와서 영장을 제시하면서 휴대폰을 달라고 했다. 집에 있는 컴퓨터도 보겠다고 하길래 숨길 게 없어서 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범죄 혐의자가 아닌 참고인을 상대로 수색을 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그는 “검찰 수사도 오후 2시부터 밤 11시까지 9시간에 걸쳐 조사를 받았고, 함께 기사를 쓴 후배도 12시간동안 조사받았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 노조는 노보를 통해 “기자의 통신내역 조회도 심각한 언론 자유 침해로 보는 영미권 국가에서 보면 경악할 만한 이 사건이 국내 신문 방송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며 “올해 세계언론자유 평가에서 역대 최악의 평가를 받은 한국의 순위가 내년엔 더 추락할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고 꼬집었다.


기자들은 회사 안팎에서 이뤄지는 압박이 취재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한다. 한 신문사 기자는 “정부 관련한 기사는 무의식적으로 검열을 하게 되는 것 같다”며 “윗선에서도 관련 기사가 나오면 민감하게 보고 있다”고 했다.


이강혁 민변 언론위원장은 “소속 언론사의 사적인 이익 추구와 관련돼 있다면 언론 자유의 남용으로 볼 수 있지만, 내심의 동기 등이 명백히 확인되지 않는 이상 기사의 가치(고위공직자 내지 정치권력자의 직무와 관련된 구체적 비리 의혹 제기)가 매우 중한 만큼 법적인 제재가 가해져선 안 된다. 이런 제재를 강행하면 언론 자유의 침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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