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공사 퇴직 낙하산 간부, 노래방서 멍들도록 성추행…죽고 싶었다"

제312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1 / 김서영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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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영 경향신문 기자

사실 처음 김포공항 청소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땐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눈물의 삭발식’ 현장은 이러한 생각을 대번에 뒤바꿨다. 해가 쨍쨍 내리쬐는 대낮에 여성 청소노동자가 생애 처음으로 머리를 밀었다. 그의 머리카락이 떨어질 때 그를 지켜보는 동료들의 비명도 함께 울려 퍼졌다. 그리고 머리를 민 청소노동자는 회식 때 당한 성추행, 가혹한 근로 조건을 폭로했다.


삭발식 현장을 보도한 첫 기사는 약 400만명에 도달했다. 댓글도 수천개 달렸다. 많은 이들은 열악한 처우를 증언하는 청소노동자들의 모습에서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렸다. 특히 성추행·성희롱에 관련된 대목에서 분노가 폭발했다. 경향신문은 이후에도 보도를 이어가, 정치인들이 현장을 방문해 문제 해결을 약속했으며 국정감사로까지 이어졌다.


그렇지만 경향신문의 연속 보도가 ‘운 나쁜, 일부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 ‘김포공항 청소노동자들만의 이야기’로 남지 않았으면 좋겠다. 매번 재계약을 걱정해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언제든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될 위험이 있고, 여성 노동자라면 누구나 일터에서의 성추행·성희롱에 노출된다. 이들의 이야기가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 혹은 ‘전체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로 남아야만 ‘제2의 김포공항 청소노동자들’과 같은 슬픈 사례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부족한 보도였지만 청소노동자들에 힘이 된 것 같아 기쁘다. 하지만 아직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았다. 이번 수상이 그들에게 또 다른 응원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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