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업체는 ‘사실상 같은 회사지만 이름만 바꿔’ 설계-자재납품-감리까지 했다. 공사상 문제를 지적할 수 없는 구조가 되어버린 것이다.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은 ‘누가 봐도 오해 살 만한 모양새’였다는 것을 뒤늦게 인정했다.
알고 보니 해피아가 있었다. 해수부에서 민간기업으로 이동한 인원을 파악하자 해당 업체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묵인과 유착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나눠먹기식 공사판은 폐쇄적이고 높은 진입장벽을 만들었다.
방파제 공사는 물속이라는 특성상 무엇을 넣었는지, 어떻게 진행되는지, 사실상 그들 말고는 알 도리가 없다. 정부에서는 ‘아라미르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수조원을 투입해 전국의 방파제 보강공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수조원의 돈이 밑 빠진 독이 아닌 끝도 없는 바다로 빠져나가고 있는지 모른다.
업체 관계자들과 접촉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이미 높은 진입 장벽 안에 안착한 업체는 ‘자리를 지키기 위해’, 장벽 밖에 있는 업체마저도 ‘언젠가 진입하기 위해’ 나서기를 꺼렸다. 어려움 속에서도 기사를 이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은 방파제 공사는 우리의 안전과 직결되기에 공정하고 투명하게 그리고 ‘제발’ 정석대로만 지어달라는 바람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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