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빠진 미르·K스포츠재단 보도

TV조선 대기업 후원 의혹 이어
한겨레 '최순실' 개입 정황 보도
KBS·MBC 여야 공방으로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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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가 미르·K스포츠재단 운영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는 의혹이 정국의 핵으로 급부상하는 듯 했지만 일주일새 누그러진 모습이다. 26일 주요 일간지의 헤드라인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를 두고 이뤄진 국감 파행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단식 농성 등의 이슈로 뒤덮였다.


K스포츠재단 비리 의혹은 지난 7월26일 TV조선의 ‘청와대 안종범 수석, 문화재단 미르 500억 모금 지원’이라는 리포트로 처음 제기됐다. 미르재단이 설립되면서 기업들로부터 486억원에 이르는 거액을 후원받았는데, 사실상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TV조선은 8월2일에 K스포츠재단에도 380억원을 모아줬다는 후속 보도를 이어갔다.


▲지난 7월 TV조선이 청와대와 미르·K스포츠 재단의 유착관계를 폭로한 이후 지난 20일 한겨레가 최순실씨를 구체적으로 드러내면서 경향과 조선의 후속 보도가 이어졌지만, 나머지 대다수의 언론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TV조선의 단독 보도는 우병우 민정수석의 비리 의혹과 연이어 터진 송희영 조선일보 전 주필의 호화 접대 논란 등으로 이슈가 묻히는 듯 했다. 그러다 지난 20일 한겨레가 K스포츠 재단 설립부터 인사까지 관여한 최순실씨의 행보를 단독 보도하며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최씨는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대다수 주요 일간지들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보도하더라도 ‘의혹이 제기됐다’는 수준의 단신에 그쳤다. 경향만이 ‘최순실이 뭐라고 재벌들이 800억원을 모아줬는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권력형 비리의 냄새가 물씬 나는데도 청와대는 부인과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며 국정조사와 특별검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지난 22일 박 대통령은 그간의 무대응 원칙을 깨고 정면 돌파에 나섰다.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기조연설에서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들은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혼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다음날 경향은 삼성이 최순실씨의 딸인 승마 선수 정유연씨의 해외 승마 연수를 지원해주고 있다는 의혹을 단독 보도했다. 또 침묵을 지키던 조선은 <대기업들은 왜 신생재단 2곳에 774억원을 냈나>는 기사를 내보냈다. 반면 대다수 신문은 여전히 최순실이라는 키워드를 외면했다.


언론의 침묵은 방송뉴스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SBS를 제외한 KBS와 MBC는 지난 21일 여야 대립구도로 기계적 중립 태도를 취했다. 권력형 비리 의혹을 단순히 여야 공방으로만 해석한 공영 방송은 박 대통령의 입장이 나온 날인 22일엔 <野, ‘미르·K스포츠’ 파상공세…정부 “의혹 없어(KBS)> <미르·K스포츠 ‘공방’ 박근혜 대통령 “미확인 폭로, 사회 혼란 가중”(MBC)> 등의 리포트를 통해 청와대 입장을 보도할 뿐이었다.


반면 JTBC는 <법인 허가 검토 하루만에 마쳐…문건으로 본 의문점> <권력 실세의 모금 창구?…전경련 향해 쏟아진 화살> <깜깜이 운영재산 620억…당국 관리 사각지대, 왜?> 등의 관련 리포트를 대거 쏟아내며 지상파 뉴스와 입장을 달리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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