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PD "국정원은 왜 간첩을 조작했나"

영화 '자백'의 감독 최승호 뉴스타파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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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경기도 하남 스타필드 메가박스에서 열린 '자백' 시사회에서 최승호 뉴스타파 PD가 관객들과 대화하고 있다.

“너무 수고 많이 하셨어요!”


지난 26일 경기도 하남 스타필드 메가박스. 영화 ‘자백’의 엔딩 크레디트가 모두 올라가고 최승호 뉴스타파 PD가 입장하자 뜨거운 박수갈채와 환호가 쏟아졌다. 국가정보원의 간첩 조작사건을 폭로하기 위해 동분서주한 그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내달 개봉을 확정한 ‘자백’은 2013년 서울시 공무원인 유우성씨의 간첩 조작사건을 중심으로 국가정보원이 그동안 얼마나 많은 간첩 조작 피해자들을 만들어냈는지 집중 해부하는 영화다.


▲27일 뉴스타파 사무실에서 만난 최승호 PD는 유우성씨 간첩 조작사건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했다.


‘자백’의 감독인 최 PD는 “유우성씨 사건이 무죄 판결 나고 관련자들이 처벌을 받았지만 여전히 국정원은 변하지 않았다. 중앙합동신문센터의 이름을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로 바꾸고 밀폐된 방에 창을 하나 설치한 정도였다”며 “국정원이 변하게 하려면 좀 더 여론에 강하게 호소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영화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했고, 마침 영화 ‘쿼바디스’의 김재환 감독이 프로듀싱을 해주겠다고 나서 제작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자백’에는 인상적인 장면이 몇 가지 있다. 국정원의 신문을 받다 자살한 한준식씨가 정말 간첩이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최 PD가 북한에 있는 한씨의 딸과 통화하는 장면이 그렇다. 딸은 초등학교 2학년 이후 아버지를 만난 적이 없다고 했고, 최 PD는 아버지가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전한다. 그의 표정에서 많은 것들이 스쳐 지나갔다.


최 PD는 “국정원이 한씨를 북한이 보낸 공작원이라고 발표했으면, 그의 죽음을 북한 당국에 통보하고 시신을 전하는 게 맞다. 그런데 실제 이름과 생년월일까지 바꿔서 무연고자 무덤에 그를 묻었다”며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느냐”며 분개했다.


언론에 대한 실망도 크다. 영화 곳곳에는 진실을 밝히기보다 국정원의 말을 ‘앵무새처럼 보도하는’ 언론의 모습이 가감 없이 비친다. 최 PD는 “황우석 줄기세포 사건을 취재할 때 언론이 진실을 캐내는 것이 아니라 덮어버린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도 그런 감정이 들었다”면서 “공영방송이 중심을 잡고 제대로 서 있으면 이런 조작 사건이 발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지금 국정원 행태를 보면 자신들이 언론을 주무를 수 있다고 보고 있고 실제로도 주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화 '자백' 포스터.


하지만 동시에 그는 대한민국이 바뀔 수 있는 희망이 보인다고도 했다. 다음 스토리펀딩으로 십시일반 돈을 모은 사람들과 뉴스타파 후원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시작돼 8월까지 진행된 ‘뉴스타파 영화 개봉 프로젝트’에는 1만7261건의 후원으로 4억3427만원이 모였다.


그는 “생각보다 호응이 높았다. 지난 20일부터 후원자들을 대상으로 시사회를 하고 있는데 직접 그분들을 만날 때마다 뜻이 같다는 게 느껴진다”며 “그분들도 단체로 영화를 관람하면서 행동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될 거다. 그런 힘이 모여 국정원과 검찰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데도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최 PD가 스스로 영화에 매긴 별점은 4점 이상이다. 관객들이 그에게 매길 별점은 내달 13일 개봉하면 드러날 테지만 그가 취재를 위해 차를 막아 세우고 수차례 중국과 일본을 드나들었던 노력만큼은 별점 5점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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