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녹취록' 백종문, 언론자유 핑계 대며 국감 불출석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국정감사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

'MBC 녹취록 파문'의 당사자인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불출석했다.


국회 환노위는 '공영방송에 만연한 불법·부당노동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지난 13일 백 본부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백 본부장은 '신문 내용이 재판이 계속 중이거나 수사 중인 사안이며 언론의 자유와 독립에 대한 침해 우려'를 이유로 들어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환노위 고용노동부 국감에 참석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 1월 백 본부장이 2012년 파업 이후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를 증거 없이 해고했다고 발언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돼 논란이 있었다. 당시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해당 녹취록을 보면 백 본부장은 2014년 모 인터넷매체 인사들과 만나 "최승호와 박성제는 증거가 없다. 그런데 가만 놔두면 안 되겠다 싶어 해고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26일 환노위 국감에서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은 백 본부장의 증인 불출석을 두고 "정당한 불참 사유라고 판단되지 않는다"며 "국감에서 질문하려는 MBC 해고 정책과 소송은 별개의 사안이다. 오늘 불참했더라도 다음 달 13일 종합감사에 반드시 출석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홍영표 환노위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주요한 증인들이 고의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는 것에 위원회가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며 "사유가 정당하지 않을 경우 반드시 다음 감사에 출석하도록 해야 하며, 만약 또 출석하지 않는다면 법에 따라 증인을 고발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국회증언감정법)에 따르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은 증인에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 1월24일 보도된 뉴스타파 “MBC 고위간부의 밀담, ‘그 둘은 증거없이 잘랐다’” 캡처

이날 최승호 MBC 해직 PD, 조승호 YTN 해직 기자, 성재호 KBS새노조 위원장은 언론사 불법 해고와 부당노동 행위 등에 관한 진술을 위해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은 "MBC만큼 부당한 해고와 징계가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곳이 없다. 법원의 복직판결로 복직시켰다가 재징계하고 다시 소송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일반 회사가 아니라 방송계이기 때문에 심각한 노동법 유린에도 고용노동부가 손을 놓고 있다"고 비판을 쏟아냈다.


참고인으로 마이크를 잡은 최승호 PD는 "언론 자유 침해의 장본인인 백 본부장이 어떻게 언론 자유와 독립에 대한 침해 우려라는 말을 할 수 있느냐"고 지적하면서 MBC 부당해고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책임 있는 자세를 주문했다.


최 PD는 "법원의 복직 판결에도 재징계를 내리는 것은 사법정의 자체를 무시하는 행위"라며 "고용노동부는 MBC 사측에 대한 분명한 조사나 행정지도 없이 간단한 문의만 했을 뿐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행정부가 왜 필요한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용노동부에 언론사 부당징계 특별감독을 요청했더니 요건이 안 된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수시감독의 성립 요건 중 사회적 요구가 있다. 국회의원으로서 국민의 뜻을 대변해 수시감독을 요청한다면 받아들여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는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의 발언은) 결국 언론사의 브레이크 없는 노동탄압 폭주를 방관·방조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승호 YTN 해직기자는 "이 장관이 공정보도와 일반적인 근로조건은 다르다고 말했는데, MBC 징계자 판결문에서 법원은 '공정방송은 근로조건'이라고 판시했다"며 "공정보도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애썼다는 이유로 해직되는 시대가 현실이라는 게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공영방송 KBS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성재호 KBS새노조 위원장은 "지난해 민중총궐기 집회로 교통이 마비돼 논술 수험생이 불편을 겪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노조 공정보도 담당자가 해당 부장에게 전화해 따져 물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며 "KBS 자회사 경비업체가 노조활동에 경비용역을 함부로 투입하지 못하도록 한 경비업법을 위반하면서 노조 피켓팅에 물리적으로 대응하거나 보도국 출입을 방해하는 일이 수시로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성 위원장은 "공정보도는 언론 노동자의 핵심 노동조건"이라고 강조하면서 "할 말 하지 못하고 비틀어서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기자와 PD는 부품이 불량인 걸 알면서도 자동차를 조립해야 하는 노동자와 비슷한 처지"라고 설명했다.


▲26일 고용노동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 및 참고인들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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