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의 알고리즘 변경과 낚시 제목

[스페셜리스트 | IT·뉴미디어] 김익현 지디넷코리아 미디어연구소장

▲김익현 지디넷코리아 미디어연구소장

페이스북이 지난 8월 초 뉴스피드에서 낚시 제목을 추방하겠다고 선언했다. 본문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담겨 있지 않거나, 본문에 담긴 내용을 과장하는 제목 등이 제재 대상이라고 밝혔다. 낚시 제목을 많이 사용하는 매체에 대해 노출 알고리즘에서 불이익을 준다는 게 핵심 골자다.


이런 조치가 처음은 아니다. 페이스북은 2014년에도 낚시 제목과 관련한 조치를 취한 적이 있다. 당시엔 ‘읽는 시간’이 기준이었다. 제목을 누른 뒤 곧바로 떠나는 사람이 많거나 ‘좋아요’를 누른 뒤 곧바로 취소하는 사례가 많을 경우 낚시제목일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간주했다. 이런 사례가 많은 매체는 뉴스피드 노출 때 불이익을 주겠다고 했다. 페이스북의 이번 조치는 그 때보다 한 발 더 들어갔다.


페이스북이 낚시 제목 관련 조치를 발표할 무렵 미국 텍사스대학 교수 두 명이 흥미로운 논문을 한 편 발표했다. ‘낚시 제목의 영향력 탐구(Investgating the influence of ‘clickbait’ news headlines)’란 논문이었다. 18세 이상 미국인 205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담은 논문이었다. 조사 작업은 지난 1월18일부터 26일 사이에 이뤄졌다.


연구자들은 전통적 제목과 전향참조형, 의문제기형 등 세 가지 제목을 조사대상자들에게 보여준 뒤 어떤 반응을 보이는 지 살폈다. 전향참조형과 의문제기형은 질문 형태로 된 건 비슷하다. 하지만 전향참조형은 전망을 담은 제목을 의미한다. 반면 의문형은 뻔한 내용을 되풀이하는 방식이다. 전형적인 낚시 제목인 셈이다.


연구 결과는 흥미로웠다. 조사대상자들은 의문제기형 제목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루는 소재에 따라서도 반응이 달랐다. 이민, 경제 관련 기사보다는 정치 기사에 달린 의문제기형 제목에 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정치 분야 기사에 의문제기형 제목을 달 경우 가장 안 좋은 반응이 나온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 이 조사에선 또 폭스 같은 정파성 강한 매체와 USA투데이처럼 중립적 이미지가 강한 매체 간의 차이도 발견할 수 있었다. 중립 매체일 경우 독자들이 제목 뒤에 붙은 기사에 더 많은 기대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사 제목의 우선 순위가 ‘내용 전달’이냐 ‘독자 시선끌기’냐는 건 해묵은 논쟁 주제였다. 종이신문 시절부터 늘 논란거리였다. 기사를 과장한 제목이 문제란 얘기도 늘 있어왔다. 하지만 기사 유통이 개별 매체에서 포털이나 소셜미디어 같은 중립적 플랫폼으로 넘어오면서 정도가 좀 많이 심해졌다. 매체 브랜드에 대한 고민보다는 ‘시선끌기’ 쪽에 무게를 더 싣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런 점에서 페이스북의 알고리즘 변경과 텍사스대학 교수의 논문은 인터넷뉴스 제목에 대해 다시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 셈이다. 물론 페이스북의 조치는 비판할 거리도 많다. 결국은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갑질’ 아니냔 비판도 가능하다. 텍사스대학 연구 역시 우리 상황과는 다른 미국 독자들의 반응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자료는 무분별한 ‘낚시 제목’에 대해 경종을 울려준다. 묶음 상품에서 개별기사로 뉴스 소비의 중심축이 바뀐 시대에도 지킬 건 지켜야 한다는 경고다. 뜨내기 독자를 끌려고 평판까지 내던지다간 부메랑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목은 기사를 쓴 기자나 해당 매체가 독자들과 처음 만나는 얼굴이다. 플랫폼이 주도하는 요즘 같은 시대일수록 이런 기본을 늘 마음에 새겨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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