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로 확장하고 '충성독자'와 교감하고

부수 감소 고전…돌파구 찾는 시사주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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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의존도 신문의 2.5배…위기 체감도 높아
멤버십 강화 등 차별화된 독자 관리가 관건


모두가 ‘구텐베르그 은하의 끝’을 예견한다. 신문을 포함한 인쇄 매체 전반을 두고 ‘종말’을 얘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유료 부수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시사 주간지들 역시 여기서 자유롭지 않다. 사실은 더 좋지 않다. 이들은 신문보다도 수익의 더 큰 부분을 지면에 기대고 있으며, 매체 성격상 ‘디지털 퍼스트’를 실행에 옮기기 수월치 않다. 시사 주간지들의 행보는 그래서 현재 인쇄 매체들이 갖고 있는 고민이 보다 극명하게 드러나는 ‘잠수함의 토끼’와 같다. 속보에 치중된 현 보도환경 속에서 차별화된 ‘롱폼 저널리즘’ 기조를 유지하는 것, 적극적인 독자 관리로 ‘커뮤니티 미디어’로서의 성격을 강화해 나가는 움직임, ‘좋은 기사’에 대한 고민을 넘어 ‘기사를 파는 방법’까지 신경 쓰는 이들의 모습은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사 주간지가 마주한 현실
시사 주간지들은 이미 인쇄매체 위기의 최전선을 경험하는 중이다. 독자들에게 뉴스는 이미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을 통한 무료 경험재’가 됐다. 이런 흐름 속에서 잡지는 신문보다도 더 위기를 먼저 맞아야 하는 곳들이다.


▲‘다음호 미리보기’ 페북 라이브 중인 고제규 시사인 편집국장과 남문희 기자, 정기독자와의 만남자리 중계 중 발언하는 안수찬 한겨레21 편집장(상단 두 장 왼쪽부터). ‘뉴욕타임스 매거진’의 피처 기사 모바일 레이아웃 사례(하단 세 장). 기사 제목 상단 ‘바’ 등을 통해 관련 기사들의 묶음과 존재여부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했다.

지난 5월 발표된 한국ABC협회의 잡지·전문지 정기공사결과(2014.7~2015.6)에서 시사인(4만3889), 시사저널(2만9011), 한겨레21(2만7889) 등 시사 주간지는 모두 유료부수 하락을 겪었다. 시사인은 지난 2012년 이래 4년 연속 유료부수 판매 1위를 차지했지만 2013년부터 줄곧 하락세를 보여 2015년에는 전년 대비 5000부 가량이 빠졌다. 한겨레21은 2011년 6월 4만3091부였지만 지속적인 감소세로 2015년에는 유료부수 판매 순위마저 3위로 떨어졌다. 유료부수 판매 2위를 기록한 시사저널 역시 2012년 이래 꾸준한 하락세를 보여 전년 대비 3000여 부가 줄었다. 이는 신문, 잡지 등 인쇄매체 전반의 하락과 맞물린 결과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5 신문·잡지산업실태조사’ 등에 따르면 2012년 이래 신문과 잡지산업 매출액은 큰 폭으로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시사 주간지에게 이런 상황이 더 위기로 와닿는 이유는 지면 의존도가 높아서다. 잡지들은 인쇄물 판매 자체에서 오는 수입의 비율이 신문의 2.5배에 달할 정도로 높은 반면 상대적으로 규모는 영세하다. 특히 심층 분석에 기반한 주 단위의 기사 출고 사이클 등 매체성격과 맞닿아 있는 근본적인 지점에서부터 ‘속도전’에 기반한 현 ‘디지털 퍼스트’ 전략 구사엔 어려운 점이 있다. 그래서 시사 주간지들의 대응은 신문 등이 기존 보도형태와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하며 관망하는 비전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실행하는 형태로 드러난다.

롱폼 저널리즘…목표는 ‘북(book)화’
현재 국내 3대 시사 주간지들이 이 같은 상황에 대응하는 기조 중 하나는 ‘주간지’라는 매체 본연의 성격과 연관이 있다. 길고 심도 있지만 읽히는 기사, 즉 ‘롱폼 저널리즘’을 주간지로서 충실히 추구해 나가는 것이다. 이들은 ‘모바일에선 길고 진지한 기사를 읽지 않는다’는 통념과는 달리 주로 경성뉴스를 다루면서도 독자들에게 높은 반응을 얻고 있다.


본지가 페이스북 빅데이터 분석업체 ‘마인드마이닝’을 통해 종합일간지, 경제지, 방송사, 통신사 등 36개 사를 대상으로 한 ‘빅풋9(http://bigfoot9.com)’ 분석 자료(7월1일~31일)에서 시사인과 한겨레21 등 시사 주간지는 ‘게시물 당 PIS(PIS:페이스북 포스트의 좋아요, 댓글, 공유를 합산한 사용자 반응 지수)’에서 방송사를 제외한 언론사 20개사 중 각각 5위(416.01)와 9위(124.95)를 기록하며 중상위권에 위치했다. 이들은 일 평균 각각 9.55개, 5.97개로 하루 평균 20~30개의 글을 게시한 종합일간지보다 적은 수의 포스트를 올렸지만 포스트 하나당 이용자들의 반응이 높은 수준이었다. 같은 기관의 1월1일~4월17일 조사에서 이런 결과는 보다 극명히 드러났다. 30개 언론사를 대상으로 한 분석결과 시사인은 일평균 PIS에서는 1만3404.28로 13위를 기록했지만, 게시물 당 PIS는 1053.61로 인쇄매체 중 가장 높았다. 스낵 콘텐츠와 차별화를 표방한다는 점에서, ‘롱폼 저널리즘’에 대한 국내의 수요를 분명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최근 미국의 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는 ‘Long-Form Reading Shows Signs of Life in Our Mobile News World’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모바일 기기에서도 기사의 길이 자체는 기사소비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전한 바 있다.


고제규 시사인 편집국장은 “반대 성향의 기사들이 넘쳐나기 때문에 우리는 심도 있게 분석하고 작정하고 봐야 읽히는 기사를 쓰려고 하는데 그게 오히려 페이스북 도달률이 높게 나온다”며 “최근 한겨레신문, 중앙일보 등 일간지의 ‘매거진화’가 보인다. 매거진 본연을 찾되 우리는 ‘북(book)화’를 하자. 더 심도 깊은 기사를 써서 책 수준의 정보, 지식을 주자는 게 방침”이라고 말했다.

독자와의 접점 넓혀가기 안간힘
하지만 시사 주간지들의 ‘좋은 기사 지상주의’라는 대응전략은 타 뉴스와의 경쟁에서만 유효한, 한계가 분명한 인식이기도 하다. 현재 뉴스의 경쟁자는 다른 뉴스가 아니라 국내·외의 게임, 영화, 드라마 등 전반의 콘텐츠들이기 때문이다. 모바일 기반 콘텐츠 소비가 일상화된 현실에선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시사 주간지들이 ‘기사의 질’ 뿐 아니라 카카오 ‘1분’이나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독자와의 접점을 늘리고, ‘기사’라는 언론사만의 콘텐츠를 매개로 독자의 관심도를 높여가는 전략은 그래서 유의미하다. 한겨레21은 지난 6월 초 ‘바글시민 와글입법’이란 공공저널리즘 프로젝트를 통해 시민 스스로 뽑은 ‘GMO완전표시제법’의 입법을 목표로 추적보도 하고 있으며, 시사인은 한 주에 한 번 꼴로 편집국장과 기자들이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하는 등 ‘디지털 세컨드’ 전략 본격화를 통해 독자와의 교감에 집중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사 주간지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온라인 편집과 유통 등 ‘마케팅’에 대한 무관심에서 찾는다.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지면에서는 독자가 지치지 않도록 다양한 편집을 하면서 왜 디지털 환경에 가면 아무 것도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뉴욕타임스 매거진’의 사례를 거론했다. 그는 “상단에 바 하나만 놓는 배려만으로도 잡지의 심층성을 보여주는 여러 박스기사들의 흐름이 일목요연하게 드러난다”며 “종이로 보는 경험을 온라인까지 이어주는 시도도 고민할 만하다. 온라인 독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그 기사를 보길 원하는지 실험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 1월 카카오몰에 입점한 한겨레21, 같은 곳에서 입점 막바지 절차에 접어든 시사인의 행보는 고무적이다. 기사의 제작 뿐 아니라 유통과 마케팅 측면까지 고민의 외연이 확대됐다는 점에서다.


시사 주간지 한 관계자는 “마켓별로 잡지 가격을 달리할 수도 있을 텐데 여전히 한 부에 얼마 씩 가격을 카르텔처럼 정해놓고 상품을 끼워주는 게 일반적”이라며 “마케팅을 강화하고 유통구조부터 합리화 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결국 미래는 독자 관리에 달려
결국 언론사들의 존립 기반은 독자다. 시사 주간지들의 강점 중 하나는 ‘진성 독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최근 시사 주간지들이 “그동안 독자 관리에 소홀했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카톡, 텔레그램 등을 통해 독자와 직접 소통하고 ‘멤버십 강화’에 방점을 둔 행보를 보이는 것도 이들을 통한 ‘커뮤니티 미디어’로서의 성장을 꿈꾸기 때문이다.


한겨레21은 지난해 말 독자 커뮤니티인 ‘21cm’를 열고 정기독자만을 위한 콘텐츠와 자소서 첨삭, 강연 할인혜택 등을 제공하고 있다. 시사인은 최근 독자들의 의견수렴과 분석을 위한 서베이를 돌려 얻은 1000건 이상의 응답을 바탕으로 멤버십 강화를 위한 준비에 나섰다.


‘멤버십 강화’를 통한 안정적인 독자 수 확보는 이미 한계에 다다른 뉴스시장 확장성을 고려할 때 필수적이다. ‘충성 독자’들은 아이템 발제부터 기사 생산은 물론 ‘유료화’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도입에서도 기본 전제가 된다. 최근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의 코랄 프로젝트(Coral project), 가디언의 연회비 등급에 따른 차등별 회원제는 해외의 대표적 사례다.


이는 결국 부대 사업과의 연계로 이어질 수도 있다. 독자 분석을 통해 이들의 선호가 파악되는 만큼 광고주들에게는 ‘핀 포인트 마케팅’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언론사가 직접 타깃을 정해 사업 추진까지 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엄호동 헤럴드경제 모바일 편집장 및 사내 벤처 총괄 팀장은 “일간지들보다 주간지들이 작은 규모의 장점을 살려 훨씬 더 대응을 잘해왔다고 생각한다. 팬덤을 가진 기자들을 적극 활용한 독창적인 코너들이 잘 보이지 않았다는 게 유일한 실책이지 않았나 싶다”면서도 “국내 시장여건에서 콘텐츠 유료 지불이나 후원을 통한 모델은 뉴스타파 이후 거의 불가능해진 거 같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부대 사업 등을 통한 간접 수익 없이 미디어를 통한 수익만으로 앞으로 언론사가 존재하는 게 가능할지 의문을 갖고 있다”고 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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