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장 관련 보도가 선정적 황색저널리즘이 아닐까 고민도 했다. 사적 로맨스가 아니라 성매매 불법행위의 정황이 짙다는 점에서 파파라치식 황색저널리즘으로 치부하는 건 무리다. 전직 대통령 누군가가 재임 기간에 성매매를 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보도한다면 그 보도는 황색저널리즘일까? 다음은 당사자의 얼굴과 신상을 공개하는 문제이다. 이는 당사자를 공인으로 볼 것인가, 사인으로 볼 것인가를 판단해야 한다. 이건희 회장의 경우 공인으로 봐도 무방하나 장기간 의식불명이니 계속해 공인의 지위를 부여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더구나 성문제이니 고민은 더욱 깊을 수 있다. 이 지점에서 등장하는 게 삼성이라는 기업이 부도덕하고 불법적인 성매매 수발을 조직적으로 수행해왔다는 의혹이다. 이 점은 뉴스타파의 보도가 사적 취향에 관한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를 공적으로 다룬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그 다음은 불법적으로 생성된 영상물을 보도의 근거로 삼을 수 없다는 문제제기이다. 이미 뉴스와 탐사프로그램들이 취재원의 동의 없이 촬영한 뒤 얼굴을 가리고 음성을 변조해 보도해 온 관행에 비추어 이 지적은 뜬금없다. 또 적법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지 않은 영상이나 녹음물을 판단과 처벌의 근거로 채택하지 않는 것은 법정에서의 문제이지 증거물로 사실을 확인해 보도하는 것이 책무인 언론에게 엄격히 적용될 기준은 아니다.
어쩌면 이 모든 문제제기와 논박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지도 모른다. ‘도대체 우리 언론은 무엇을 걱정하는 것일까?’ 이것이 핵심이다. 유럽언론들이 테러를 막기 위해 언론이 조금이라도 더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놓고 갑론을박하는 것이라면 우리 언론은 무엇을 위해 이 사건의 보도를 놓고 갑론을박하는 것일까? 채홍사 조직을 운용한 삼성의 위신을 걱정하는가? 존경하는 경영인 이건희 회장에 대한 오마쥬인가? 국가경제를 우려하는가? 언론의 정도를 고민하는가? 그것들이 아니라면 집행되어야 할 삼성의 홍보광고 예산과 맺어 놓은 인맥을 고민하는가?
의문을 제기할 문제는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롯데의 탈세혐의 정황이 처음 확인됐을 때 지면에 보도한 언론은 2곳뿐이라고 한다. 뉴스타파의 ‘친일인사 서훈내역 공개’도 타 언론사 지면에 소개된 건 경향, 한겨레가 전부라고 한다. 갑을 오토텍에서 벌어진 노조파괴 시나리오 문건도 조중동에는 실리지 않았다 한다. 종잡을 수 없는 언론의 기준과 보도행태를 보며 도대체 무엇을 걱정하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은 지금 언론의 존재의미를 고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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