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생계 책임 안지는 소년한국일보 경영진

노조 파업…협상 진척 없어
월급 안주고 단협도 거부
장재국 대표 검찰에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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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와 학부모 독자를 위해 신문을 만들어야 할 기자들이 펜을 놓고 파업을 선언할 때의 가슴 메어지는 아픔을 경영진은 알고 있을까. 그것은 가정을 책임져야 할 가장이 몇 달 째 임금을 가져가지 못해 아이의 학원비를 주지 못 하고, 전세방을 줄여야 하는 무기력한 상황을 맞이할 때의 찢어지는 마음과 다르지 않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일보지부 소년한국일보분회가 체불 임금 해결, 정상적인 단체협약 체결, 경영정상화를 요구하며 지난 8일 전면 파업에 돌입한 지 9일이 지났다. 하지만 노사 간 협상은 아직도 제자리걸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누구도 협상에 나서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소년한국일보분회는 지난 8일 “우리는 결국 볼펜을 놓고 주먹을 쥘 수밖에 없다”면서 “장재국 대표의 단체협약 거부와 끝없는 임금 체불의 무책임함에 분노하며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일보지부 소년한국일보분회가 지난 4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재국 대표를 업무상 배임 횡령 혐의와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계기는 지속된 임금 체불이었다. 분회 조합원들은 2014년 추석부터 각종 상여금과 수당 및 원고료, 지난 5월부터 7월까지의 임금 등을 지급받지 못했다. 또 임금의 일부를 공제했음에도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고용보험료가 납부되지 않았고, 2015년 연말 정산 환급액도 받지 못했다.


분회는 임금 미지급 상태가 계속되고 장 대표가 6개월간의 노사 협의 끝에 마련한 단체협약 최종안의 서명을 거부하자 지난달 15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냈다. 그러나 조정 기간 장 대표가 조정 회의에 참석하지 않아 결국 지난달 27일 조정안 제시 없이 최종 조정 회의가 종료되자, 지난 1일 조합원 찬반 투표를 진행하고 만장일치로 쟁의행위를 결의했다.


분회는 이와 함께 지난 4일 장 대표를 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과 노동관계조정법 상 부당노동행위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분회는 이날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 대표가 자신이 실질적 대표였던 광릉레저개발(광릉CC) 등으로부터 소년한국일보가 20여억원의 거액을 대출받도록 한 뒤 이를 가지급금 방식으로 가져가 소년한국일보와는 무관한 곳에 사용하는 등 업무상 배임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또 “그간 무책임한 경영을 일삼아 온 경영진이 이제라도 소년한국일보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 대표는 그러나 여전히 “법적인 책임만 지겠다”는 입장이다. 윤석빈 소년한국일보 분회장은 “해법을 내놓지 않는 회사와 임원들에게 너무나 큰 답답함을 느끼고, 직원들에게 어떻게 해줘야 할지 걱정”이라면서 “마음이 무겁다. 신문 발행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직원들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모여 파업과 관련한 논의를 하고 있다. 17일에는 고용노동부 과장급과 만나 체불 임금 지급과 관련한 면담을 진행한다. 윤 분회장은 “생계유지를 위해 매일 모이는 것은 자제하기로 했다”며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중이다. 회사가 너무 반응이 없어 어떤 터닝 포인트가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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