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지검 자살 검사, 부장검사 폭언 및 폭행 의혹

제310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1부문 / 손국희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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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국희 중앙일보 기자

심증뿐이었지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서른셋, 누구보다 의욕적이었다던 젊은 검사가 ‘업무 스트레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다니.


취재에 돌입했지만 쉽지 않았다. 김홍영 검사의 생전 행적을 퍼즐 조각처럼 맞춰보자는 생각으로 지인들을 수소문했다. 대학, 사법연수원 동기부터 고등학교 동창까지. 20여명의 지인들을 접촉했다.


떠난 이는 말이 없다지만, 남은 이들은 입을 열었다. 지인들의 증언에 유독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었다. ‘2월’ 그리고 ‘부장검사’였다. 쾌활했던 김 검사가 올 2월부터 전혀 다른 사람이 됐다는 것이다. 새로 부임한 부장검사의 폭언이나 부당한 행동들을 언급하며 “죽고 싶다”는 말을 수도 없이 되풀이했다고 했다.


문제는 증거였다. 지인들에게 이를 입증할 김 검사의 문자메시지 내용을 공개해줄 것을 설득했다. 지인들은 처음엔 주저했다. 이들은 대부분 현직 법조인이다. 보도 이후 감찰·조사 과정에서 문자메시지를 제공한 이들의 신원이 불가피하게 드러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다.


하지만 지인들은 끝내 큰 용기를 냈다. 그 결과 김 검사가 동기들에게 보낸 20여건의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내용을 입수했다. 업무상 질책 수준을 넘어선 부장검사의 폭언과 폭행 정황, 자살 충동을 언급한 내용이었다.


보도가 나간 뒤 대검찰청에서 감찰을 시작했고, 그 결과가 지난달 27일 발표됐다. 잘잘못을 가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번 보도와 감찰 결과를 계기로 검찰 조직의 일부 그릇된 문화가 개선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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