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영국 총리와 문화부장관

[글로벌 리포트 | 영국]김지현 골드스미스 런던대 문화연구 박사과정

▲김지현 골드스미스 런던대 문화연구 박사과정

테레사 메이가 지난달 13일, 영국의 76대 총리직에 올랐다. 곧바로 여성이 절반을 차지하는 내각구성안이 발표되면서 브렉시트 투표 결과로 요동치던 정치권이 안정을 되찾고 있다. 이 가운데 신문과 방송산업에서 주목하는 것은 새로운 총리와 문화부장관이 어떤 언론관을 지니고 있느냐다.


정치권에 입성하기 전까지 런던의 금융가인 ‘더 시티’에서 오래 몸담았던 메이 총리는 지난 2010년에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가 보수당 내각을 구성하면서 내무부장관으로 기용됐다. 이후 그녀는 언론을 통해서는 주로 이민자와 복지, 세금에 대한 강경한 정책안들로 조명받아왔다.


현지 언론은 그녀가 특별히 미디어 이벤트나 언론에 대한 입장을 내비친 적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공적방송분야의 사유화에 관심이 많았던 캐머런 전 총리와는 달리 언론관이나 미디어정책에 대한 입장을 예상하기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예외적으로 지난해 5월, 그녀가 보수당 내각의 다른 장관들에게 방송통신규제기관인 오프콤(Ofcom)의 권한을 확대해 방송을 사전검열하자는 제안을 담은 서한을 보낸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된 적은 있었다. 하지만 이후 방송이나 언론 검열에 대한 의견을 별도로 내비친 적은 없다.


총리직을 수락한 다음 날, 신임 총리가 새로운 문화부장관으로 지명한 이 역시 현지 언론을 당황시켰다. 언론이나 방송 분야에서의 경력이 없다시피한 내무부 차관 출신의 캐런 브래들리였기 때문이다. ‘가디언’의 미디어 전문 칼럼니스트마저 브래들리는 “배경이 되는 이야기가 전혀 없는 보스”라고 묘사했을 정도다. 몇몇 신문들은 “그래서 캐런 브래들리가 누구인가?”(뮤직위크), “우리는 그녀가 누구인지 알 단서를 전혀 가지지 않고 있다”(비즈니스 인사이더)라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보도를 하기도 했다.


이전의 문화부장관이었던 존 위팅데일의 경우 수십년 동안 하원의 문화부 특별위원회에서 회장직을 맡으며 방송 정책에 있어서는 일관된 보수주의적 입장을 표시해온 터라 취임 이후의 움직임에 대한 예상이 가능했다. 실제 위팅데일은 장관이 되자마자 조지 오스본 전 내무부장관과 함께 75세 이상의 노령인구에 대한 수신료 무상지원을 BBC의 부담으로 돌리며 새로운 왕실 칙허장 갱신에 대한 협상에서 보수당 내각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하지만 브래들리가 어떤 언론관을 지녔는지에 대해서는 추측조차 힘든 상황이다. 현지 언론들의 보도를 종합해보면 브래들리는 런던에 위치한 명문대인 UCL에서 수학을 전공했으며 메이 신임 총리와 마찬가지로 정계에 입문하기 전에는 20년 동안 은행권에서 일하며 세금 분야에서 주로 경력을 쌓아왔다. 그녀가 문화 분야에 대한 관심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공식 이력서에 등장하는) “여행, 와인 테스팅, 요리와 퍼즐” 정도다. 정치관 역시 동성결혼 찬성 입장을 내비친 적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보수당 지지자의 것으로 단정짓기 힘들다.


하지만 문화부의 수장이 된 이상, 브래들리 신임 장관이 지금부터 맡을 업무는 미디어 분야에 한정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BBC와의 왕실 칙허장 갱신에 대한 협상 문제는 이미 위팅데일 전 문화부장관의 주도 하에 정부의 정책보고서인 ‘백서’가 출판된 상황이라 그에 대한 BBC와의 의견 차이를 조정하는 일이 남겨져 있다. BBC는 ‘백서’가 제안하는 BBC 트러스트를 대체하는 새로운 집행위원회의 구성과 관련, 정부 측 지명이 6명이나 되는 점에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그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브래들리의 ‘경험 부족’이 BBC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브래들리와 마찬가지로 미디어 분야에서의 경력이 없었던 사지드 자비드 전 장관이 그랬듯, 선입견을 갖지 않고 업계와 정부 사이를 중재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는 것이다. ‘가디언’의 스티븐 모스 기자는 (위팅데일 장관을 빗대어) “너무 많은 지식은 독”이라며 브래들리가 “(BBC의) 친구가 될 수도 있다”고 지난달 17일 기사에서 밝히기도 했다. ‘라디오 타임즈’ 역시 지난달 14일 보도에서 위팅데일 전 장관은 자신들의 독자로부터 6000건의 부정적인 의견이 제시된 인물이었다며 브래들리의 취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유명 연예인, 로이 브렘너는 “위팅데일과 오스본이 가버렸다. 오늘이 크리스마스인가?”라는 내용의 트윗을 올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물론 현 단계에서 새로운 영국 총리와 문화부장관에 대해 섣부른 예상을 하기는 힘들다. 다만 현지 언론들의 지적처럼, 보수당 내각이 현재 당면한 과제는 브렉시트의 후폭풍에 대비하는 것인 이상, 언론을 동요시킬 강경한 정책의 추진은 당분간은 유보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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