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부담 내려놓고 떠나라~

[기자들의 여름휴가]
캠핑장 찾고, 해외로 나가고
바닷가서 가족과 오붓한 시간
영화 보거나 미뤄둔 책 읽거나
휴가 계획 잡지 못한 기자들도

  • 페이스북
  • 트위치

“떠나요~ 둘이서~ 모든 것 훌훌 버리고~ 제주도 푸른 밤 그 별 아래~”
신문에, TV에, 월급봉투에 더 이상 얽매이기 싫은 기자들이 떠나고 있다. 아파트 담벼락을 떠나 바다가 보이는 창문으로, 시원한 바람이 부는 캠핑장으로, 바쁜 일상을 잊고 떠나는 기자들. 그들이 다녀올 여름휴가는 어떨까. 땡볕 무더위를 잊을 만한 새로운 충전의 시간일까.

국내에서 남부럽지 않게 즐긴다
김용철 한겨레 기자는 7월 말에서 8월 초 강원도 영월군이나 경기도 양평군의 캠핑장을 찾을 계획이다. 캠핑장 빌리는 돈이 대략 4만~5만원 선이라 펜션이나 콘도를 예약하는 것보다 더욱 저렴하고 영월 캠핑장은 따로 예약하지 않아도 당일에 선착순으로 비어 있는 부지에 텐트를 치면 되기 때문이다. 김 기자는 “캠핑장에서는 어느 정도 장비만 있다면 신선놀음을 즐길 수 있다”면서 “시원한 맥주도 마시고 밤에는 노트북을 연결해 영화나 TV를 보면서 휴가를 즐길 것”이라고 말했다.


▲일러스트=김성규 기자

박록삼 서울신문 기자는 제주도로 떠난다. 제주도의 푸른 바다 가까이에 숙소를 잡고 가족들과 함께 피서를 즐길 계획이다. 박 기자는 “8월 첫째 주 피크 때 머무르려고 한다”며 “일주일 동안 아무 생각 없이 놀 생각”이라고 했다. 이완 한겨레21 기자도 강원도 리조트 수영장에서 아내와 오붓한 시간을 보낸다. 이 기자는 “미리 예약한 리조트에서 아내와 함께 수영할 계획”이라며 “밀렸던 미국 드라마도 보고, 일에서 완전히 벗어난 휴가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휴가철을 맞아 고향을 찾은 기자도 있다. 안은나 뉴스1 사진기자는 이달 첫째 주 고향인 전라남도 목포를 찾아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 안 기자는 “주로 집에서 가족과 함께 지냈다”면서 “목포 주변에 볼거리도 많아 동생과 함께 해남 두륜산 등을 보고 왔다”고 했다.

기다리고 기다린 여름휴가, 해외로~
누구보다 여름휴가를 기다렸을 기자들이 있다. 미리 해외여행을 준비한 사람들이다. 지종익 KBS광주 기자는 8월 말 일본 홋카이도로 4박5일간 떠난다. 지 기자는 “얼마 전부터 열심히 비행기표를 찾아 결국 예매에 성공했다”면서 “많이 돌아다니기보다 삿포로와 오타루에 있는 료칸(일본의 전통적인 숙박시설)에서 푹 쉴 계획”이라고 말했다. 피용익 이데일리 기자도 지난 주 홋카이도에 다녀왔다. 피 기자는 “가깝고 위험하지 않은 곳을 찾다 보니 일본만한 곳이 없었다”면서 “원 없이 먹었다. 아내와 함께 사슴을 재료로 만든 수프 카레부터 시작해 라멘, 가이센돈, 소바, 맥주 등을 실컷 먹고 마셨다”고 말했다.



특이한 곳을 여름휴가지로 선택한 기자도 있다. 김범수 경인일보 기자는 8월 넷째 주 5박6일 일정으로 러시아에 다녀올 예정이다. 김 기자는 “여름휴가인데 더운 나라는 가기 싫고 추운 나라 중에서 가까운 곳을 찾다보니 러시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가 눈에 띄었다”면서 “러시아 혁명과 관련된 책을 본 후로 동부권의 무너진 사회주의 국가에도 관심이 생겨 휴가지로 낙점했다. 러시아의 음식, 음악, 책, 술을 실컷 즐기고 오겠다”고 전했다.

떠나지 못한다면 도심 피서를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야 하는데 왜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고, 휴가철마다 일은 터지며 기획은 쌓일까. 구성헌 이투데이 기자는 아직 여름휴가 계획을 잡지 못 했다. 부동산팀 선임이라 후배들부터 휴가를 보내고 있는데 그러다보면 여름이 다 갈 것 같기 때문이다. 구 기자는 “중간에 기획기사도 챙겨야 해 시간을 내기 애매하다”면서 “9~10월은 돼야 시간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이경희 전주MBC 기자 역시 여름휴가 계획이 없다. 이 기자는 “상반기에 미리 휴가를 다녀왔다”면서 “아이들 방학을 맞아 휴가를 써야 하는 선배들이 있으니 굳이 여름에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편집국장들 역시 여름휴가 계획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박현동 국민일보 편집국장은 “아직 아무 계획도 없고 날짜도 안 잡았다”면서 “지난해 휴가 때는 북한이 대북확성기를 포격하는 사건이 벌어져 휴가를 가는 둥 마는 둥 했다. 이번에도 가긴 가야 하는데 언제 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경준 오마이뉴스 뉴스게릴라본부장 역시 “아직 예정은 없다.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쯤 상황을 봐서 큰 이슈가 없으면 갈 생각”이라며 “특별히 계획을 세운 건 없고 아이들과 한강 고수부지에서 물놀이를 하거나 아이가 좋아하는 뮤지컬이나 연극을 보는 등 도심에서 피서를 즐기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박래용 경향신문 편집국장도 도심 피서를 즐길 계획이다. 박 국장은 “8월 첫째 주로 휴가 날짜만 잡아놨는데 실제로 다 갈지는 모르겠다. 쉴 때는 맷 데이먼이 나온 ‘제이슨 본’을 보면서 극장 피서를 즐기거나 집에서 늦잠을 푹 자고 싶다”며 “지식노마드에서 나온 ‘축적의 시간’ 등 미래서와 트렌드 서적도 읽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강아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