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퍼스트 속 지면개편 열풍

한겨레·세계·이투데이 변화
서울·머투 주말판 개편 착수
심층기사·스토리텔링 등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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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퍼스트 기조 속에서 지난달 이투데이, 세계일보, 한겨레가 지면을 개편했다. 사진은 각 사의 지면개편 알림문.

디지털 퍼스트와 통합뉴스룸을 강조하는 분위기 속에서 지면개편을 했거나 추진하는 언론사가 잇따르고 있다. 단순히 디자인 변화나 코너 신설, 오피니언 필진 변경 등을 넘어 다양하고 깊이 있는 콘텐츠를 담으려는 시도다.


하지만 온라인 뉴스 소비 비중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지면개편에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신문사가 ‘읽히는 신문’을 위해 고민을 거듭하는 이유다.


지난달 1일 새로운 지면을 선보인 이투데이는 문화·예술 콘텐츠를 강조했다. 기존 2면이던 오피니언면도 3면으로 늘려 국제, 문화분야 필진을 추가했다. SNS 이슈 큐레이션, 연재소설 등 독자친화 콘텐츠도 곳곳에 배치했다. 다양한 이슈를 담아 독자를 만족하게 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세계일보도 지난달 초 지면개편에 나섰다. 사람, 첨단·미래과학, 국제기사를 늘리고 레저·음식, 재테크 기사를 강화했다. 매주 토요일 정치·경제·사회·문화·스포츠 등 각 분야 전문가와 저명인사의 삶을 들여다보는 ‘나의 삶 나의 길’ 등을 통해 사람 이야기에 주목하고 있다.


한겨레의 지면개편은 이슈·인물 특화, 깊이 파고드는 기사에 초점을 맞췄다. 매일 제호 옆에 역사적 인물의 점토가 등장하거나 인물 인터뷰, 르포기사가 2면에 배치되는 식이다. 3면은 ‘오늘 스포트라이트’면으로 지정, 특정 이슈를 기사 한 꼭지로 심도 있게 다룬다.


서울신문도 호흡이 긴 뉴스를 강화하는 쪽으로 지면개편 방향을 잡았다. 오는 18일 창간기념일 전후로 금요일자 주말판 개편을 앞두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올해 안에 주말판 지면개편부터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스토리텔링을 강조하는 매거진식 개편안을 두고 논의 중이다.


신문사가 지면을 개편하는 건 여전히 종이신문 독자가 존재할 뿐 아니라 지면광고매출이 중요해서다. 한 일간지 편집국 간부는 “디지털 퍼스트이긴 하지만 우리의 대표적인 미디어상품은 아직도 신문”이라며 “당장 신문이 사라지지 않는 한 지면에 투자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일간지 편집국 고위 간부는 “읽히는 신문을 만들려면 다른 언론사에서는 볼 수 없는 콘텐츠를 생산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독자가 흥미를 느낄만한 다양한 분야 이야기, 깊이 있는 풀스토리를 담기 위해 지면개편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의 바람과 달리 지면을 개편해도 독자가 신문을 찾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일간지 편집부 고참 기자는 “지면보다 온라인으로 기사를 읽는 추세에서 지면개편이 큰 의미가 있느냐”며 “지면개편이라기보다 기획안 개편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지난달 발표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6’에 따르면 ‘온라인을 통해 뉴스를 소비한다’는 한국인의 비율은 전체 26개국 중 5위(28%)로 상위권이었다. 이들 중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소비한다는 응답은 48%로 조사국 중 가장 높았다. 반면 신문·잡지 등 인쇄 매체를 통한 뉴스 이용은 26개국 중 23위(28%), 뉴스에 대한 신뢰도도 23위(5점 만점 중 2.89점)에 머물렀다.


온라인 수익모델을 찾지 못한 신문사들은 온라인에 올인할 수도, 지면만 붙잡고 있을 수도 없는 상황. 모 일간지 편집국 고위 간부는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것은 온·오프라인의 유기적 연계다. 두 공간의 구분 없이 콘텐츠가 유통되는 것”이라며 “온·오프라인 과도기를 겪으며 답을 찾기 위한 힘겨운 고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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