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과정을 거꾸로 되짚어보니 어처구니없는 판단이 양파 껍질 까듯 드러났습니다. 재판부는 아이가 어떤 상태인지 확인조차 하지 않고 법봉을 두드렸으며 수사기관은 전 단계에서 넘어온 서류만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모두가 ‘딱 그만큼’만 하는 동안 단계 단계마다 그 서류 너머에 있던 ‘사람’, 하은 모녀는 고통을 고스란히 감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값진 상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제가 아닌 다른 기자가 알았다 하더라도 이만큼, 어쩌면 이것 이상으로 좋은 보도를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과분한 칭찬을 받으면서, 앞으로 이렇게 사회적 약자의 아픔에 공감하고 이와 함께 구조적 문제까지 지적하는 일이 어쩌면 기자로서 제가 걸어가야 할 길이 아닌가 고민해볼 수 있었습니다.
관련된 취재로 스페셜리스트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우리 주변에 신음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러려니 하고 쉽게 넘기지 않는 게 제게 주어진 사명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사명을 일깨워주시고 모든 취재 과정에 함께해주신 현 임진수 캡과 조성진 바이스, 전임 김정훈 캡과 박지환 바이스, 우리 식구인 조혜령 선배·송영훈·강혜인·김기용 후배, 도움주신 변이철 선배 등 모든 CBS 보도국 식구들께도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좋은 상을 한 번에 2개나 주셨으니 앞으로 이 타이틀에 걸맞은 실력을 갖추도록 부단히 뛰겠습니다.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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