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사고 배후, '메피아' 계약

제309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1부문 / 김구연 CBS 기자

  • 페이스북
  • 트위치

▲김구연 CBS 기자

19살 청년의 가방에서 뜯지 않은 컵라면에서 샌 비명은 절절했습니다. 고개가 떨어지고, 마음이 착잡했습니다. 3년 전 지하철 2호선 성수역에서 발생한 사고와 판박이였습니다. 이제는 ‘개인의 안전불감증으로 발생한 불의의 사고’라는 서울메트로 측의 주장이 거짓임을 밝히고, 더 많은 희생자가 나오는 것을 막아야 했습니다.


서울메트로와 스크린도어 정비업체 은성PSD의 유착관계를 취재했던 선배의 도움으로 양측이 체결했던 계약서를 입수할 수 있었습니다. 계약서에는 입사한 지 7개월밖에 되지 않는 김 모군이 죽음의 문턱에서 작업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설명돼 있었습니다. 부당한 처우, 이행 불가능한 안전수칙 등 ‘메피아’의 구조를 조목조목 짚어 고발했습니다.


메피아는 서울메트로와 은성PSD 간의 문제만은 아니란 당연한 추측을 했습니다. 메피아는 독버섯처럼 이곳저곳에 피어있었습니다. 제2, 제3의 구의역 사고가 다시 발생할 수 있는 우려가 득실대는 곳입니다. 직접 현장에서 노동자의 이야기를 듣고, 관련 문서들을 입수했습니다. 그리고 은성PSD와 같이 서울메트로 직원이 상주하는 5개 하청업체를 알렸습니다.


서울메트로 팀장급 이상 간부와 임원이 모두 사표를 제출했고, 외주업체에 재직 중인 전적자 182명이 퇴출당했습니다. 또 서울시는 안전과 관련된 업무는 직영으로 전환한다고 밝혔습니다. 메피아의 구조가 해체 수순을 밟고 있지만 여전히 구의역 9-4 승강장 사진을 보면 가슴이 먹먹합니다.


CBS노컷뉴스의 보도가 메피아 해체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어느 측면에서는 슬프기까지 합니다. 진작 이 문제를 고발했다면 김군은 죽음의 문을 열지 않아도 될지 모를 일입니다. 메피아가 해체돼도 김군이 돌아오지 않는 현실을 아로새깁니다. ‘뒷북’을 치기보다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사명이 사무치는 순간입니다.



김구연 CBS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