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짜깁기·조작한 '복마전' 경기도 행정심판

제309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부문 / 이복진 중부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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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진 중부일보 기자

기자생활 만 5년차. 그동안 여러 기사를 써왔지만 이번이 가장 힘들었다. 한 제보자에 의해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정확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더 많은 취재가 필요했다.


경기도청의 행정심판담당 부서를 찾아가 청소년 주류 판매로 영업이 정지돼 행정심판을 청구한 경우 결판이 어떻게 나오느냐고 물었다. 재범일 경우는 시·군에서 처분한 원안 그대로 기각, 초범일 경우는 반 정도 감형해준다고 했다. 무책임했다. 민원인에게는 생계와 직결되는 데도 마치 미리 적어놓은 채점표에서 답을 찾듯이 판결을 내리고 있었다.


주민등록증 도용 등 각기 다양한 수법으로 속여 술을 팔아 적발된 것인데 그 사정들을 확인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판결문과 청구인, 피청구인의 주장 요지가 마치 복사한 듯이 같았기 때문이다. 조작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취재를 위해 다시 도 행정심판으로 갔다. 상태는 더욱 심각했다. 이미 모든 근거를 확보해놨는데도 얼굴색 하나 바뀌지 않고 거짓말로 응수했다. 공무원 사이에서 내가 물으면 어떻게 대응하라고 지시가 내려왔다고 했다. 말로만 듣던 공무원 카르텔을 경험한 것이다.


자신들이 살기 위해 거짓으로 응수하던 모습을 보고 일반 민원인들이 왔을 때는 어떻게 대응할지 상상해보니 심각했다. 또한 우리 기사가 오보라는 반박 보도자료까지 나왔다. 최악을 넘어섰다. 1시간이 넘는 시간 통화하면서 떳떳하게 잘못이 없다고 답변하는 공무원들.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봉사한다는 공무원들은 다 어디 갔을까.


다행히 이번 보도로 경기도에서는 자체적으로 점검한다고 한다. 중앙정부에서도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한다. 단순히 입에 오른 기사가 아니라 이번처럼 작지만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사에 힘을 준 한국기자협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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