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지적장애 하은이 성매매 둔갑 판결' 법의 무지에 경종

제309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 기자상 심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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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일보 ‘사건 짜깁기 경기도 행정심판’ 언론 감시기능 충실 ‘호평’


제309회 기자상 심사에는 수상작을 포함한 출품작 중 우리 사회에서 청년들이 겪고 있는 고난과 힘겨운 삶을 다룬 기사가 유독 많았다. “21세기 한국사회는 왜 어리고 약한 이들에게 이렇게 가혹한가.” 심사를 위한 토의 내내 심사위원들의 가슴을 짓눌렀던 질문이다. 심사위원들은 예심과 본심에서 치열한 토론과 의견 교환을 통해 52편의 출품작 중 4편의 수상작을 최종 선정했다.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국민일보의 ‘생리대 살 돈 없어 신발 깔창·휴지로 버텨내는 소녀들의 눈물’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전문보도 부문 출품작이었으나 심사위원단의 합의로 취재보도 부문으로 이동해 심사했고,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심사위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의 댓글에서 출발했고, 온라인용 기사로 출고됐지만 내용의 무게가 결코 본지 기사에 뒤지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적절한 통계 인용과 관련 단체에 대한 추가취재 등으로 심층 기사의 요건을 충분히 갖췄다는 평을 받았다. 업체의 생리대 가격 인상에 대한 댓글에서 자기만의 관점을 뽑아내고 의미를 부여한 젊은 기자에게 격려를 보내자는 취지도 수상작 결정에 힘을 보탰다. 기사의 완성도는 다소 부족했지만 불가항력의 상황에 닥친 여성들의 상황을 잘 묘사함으로써 사회적 반향과 성찰의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도 높이 평가받았다.


CBS는 취재보도 부문에서 두 편의 수상작을 배출하는 경사를 맞았다. ‘지적장애 13세 하은이 성매매 둔갑 판결’과 ‘구의역 사고 배후, 메피아 계약’ 두 작품 모두 수상에 손색이 없는 수작이라는 평을 받았다.


지적장애가 있는 13살 소녀가 숙박이라는 대가를 받았다는 이유로 법원이 성매매 여성으로 판결한 ‘하은이 사건’에 대해서는 많은 심사위원들이 법원에 대해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심사과정에서 “인권의 보루여야 할 법원이 참으로 둔감하고 무지하고 한심했다”는 지적이 나왔고, 제보로 시작해 끈질긴 속보로 우리 사회의 의미 있는 반성을 끌어낸 점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회적 진실에 무지하고 매정한 판사와 사법체계의 문제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이같은 유형의 보도가 이어져야 한다는 문제 제기도 있었다. ‘하은이 사건’은 보도 후에도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소송의 1심 판결이 엇갈리고 있어 추가 속보와 함께 2심의 결정이 주목된다.


‘구의역 사고 배후, 메피아 계약’은 19살 김 모군 사망 사고가 협력업체에 대한 서울 지하철공사의 낙하산 인사 때문이라는 구조적 문제점을 파헤쳐 사건의 물꼬를 ‘안전의 외주화’로 틀어간 점이 수상 이유가 됐다. 다른 매체가 단순히 젊은이의 죽음을 안타까워하고 있을 때 사건의 본질적인 원인을 들여다본 혜안이 돋보였다. 그러나 서울메트로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관계사로 이직한 직원들을 단순히 ‘메피아’로 몰아갈 수 있는 건지, “메피아의 놀이터였다”같은 자극적 표현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심사위원들도 있었다.


역시 구의역 사고를 다룬 한겨레신문의 ‘나홀로 작업에 날아간 19살의 꿈’은 최종 표결을 통과하는 데는 실패했다. 하지만 점심도 거른 채 일에 매달린 비정규직 청년의 비애를 ‘가방 속 컵라면’ 사진으로 그려낸 기자의 보도감각에 대해서는 호평이 이어졌다.


지역보도 부문 수상작인 중부일보의 ‘사건 짜깁기·조작한 복마전 경기도 행정심판’은 접근하기 어렵고 독자들의 관심도도 낮은 공무원들의 내부 카르텔을 취재기자들이 의지를 갖고 파헤쳤다는 점이 호평을 받았다. 공무원들이 편의상 임의로 처리한 사안이 실제 해당 민원인에게는 생존권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언론의 공공감시 기능에 충실했다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동아일보의 ‘최초인터뷰-전두환·이순자, 30년 침묵을 깨다!’, 연합뉴스의 ‘동물도 권리 있다’ 시리즈, 부산MBC의 ‘골든타임 사각지대 165’ 등도 호평을 받았으나 수상에는 이르지 못했다.

<기자상 심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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