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홍보담당자들이 평소 언론인과 친분을 쌓으며, 사실관계가 다른 기사에 대한 대응만이 아니라 비판적인 기사를 무마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본연의 업무'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친분관계 또는 다양한 사회적 관계가 '언론보도의 편집과 방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왜곡된 믿음이나 희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물론 외부로 드러나지 않은 숨은 관계 속에서 홍보담당자들이 실제로 소정의 성과를 올리는 일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저널리즘 관점에서는 이러한 행위는 언론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저해하는 부정적 요소로 배척되어야 한다. 기자와 취재원과의 관계를 '불가근 불가원'이라고 하는 것도 이런 점 때문이다.
어쨌든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녹취록에 대해 언론통제가 아니라 대통령 홍보수석의 본연의 업무라는 주장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걸로 보인다. 그러나 처음 지적했듯이 취재대상자가 사실관계의 진위와 관련하여 정정을 요구하는 것을 제외하고 다양한 사회적 관계에 기대어 취재나 보도담당자에게 내용과 편성방향의 수정을 요구하는 행위를 저널리즘에서는 '업무협조'라고 보지 않는다. 간단히 언론에 대한 '압력행사' 라고 부른다. 공권력이나 자본력 등을 통해 원하는 목적을 현실화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주체라면 한발 더 나아가 '언론통제', '언론개입'이다. 압력을 통해 목적을 달성했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더욱이 정부 여당이 이를 업무영역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반응하는 것은 그동안 관행처럼 이 같은 일을 반복해왔다는 의심을 주기 충분하다. 김시곤 전 KBS보도국장이 "...솔직히 우리만큼 많이 도와준 데가 어디 있습니까"라고 발언한 대목을 보면 그렇다. KBS는 공영방송이다. 방송법에 따라 정부가 출자한 기관이고 감사원 감사대상이기도 하다. 사장은 KBS이사회에서 임명하며, 이사 11명 중 7명은 정부와 여당이 추천한 인사들이다. 이런 구조이니 KBS보도에 정부가 일상적으로 간섭할 여지가 있다. 사장 선임을 좌지우지하는 마당이니, 보도국장이나 기자에게 보도내용과 방향에 대해 고압적 태도로 감 놓아라 대추 놓아라 하면서 노골적 개입을 해도 본연의 임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언론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심조차 없는 모습이다.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녹취록 공개를 보면서 아마 가장 가슴 아픈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세월호 유가족일 것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의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보도마저 통제하고자 했던 녹취록 내용은, 아직 세월호 인양조차 못한 지금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을 종료해버린 정부의 현 행태와 겹쳐진다. 그 때나 지금이나 언론이 파헤쳐야 할 진실은 아직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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