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주인은 청와대도, 국회도 아닌 시민들"

2000여명 모인 '공정언론 바로세우기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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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안에서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방송을 잘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는 기자들, 피디들, 엔지니어들, 노조원들이 싸우고 있다는 건 그건 봐주셨으면 합니다. YTN은 욕하되 YTN노조원은 응원해주셨으면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조승호 YTN해직기자는 24일 전국언론노동조합이 개최한 ‘공정언론 바로세우기 콘서트’에 참석해 해직기자들 간의 토크 자리에서 이 같이 당부했다. 그는 최근 YTN에서 6월 항쟁을 다룬 영상이 나가지 못한 사안을 우리나라 방송사들의 현실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거론하며 “그렇지만 안에서 카메라 기자 후배가 그 영상물을 억지로 회사에서 그렇게 만들지 말라고 하는 걸 만들어서 내보내려고 했고 결국 못 내보내니까 SNS에 올린 거였다. 이면을, TV화면에 나온, 모니터 이면을 봐주셨으면 하는 게 제 바람”이라고 부탁했다.


▲언론노조가 24일 서울 광화문에서 개최한 '공정언론 바로세우기 콘서트'에서 해직언론인 정영하 전 MBC노조위원장이 발언하는 모습.


이날 행사가 열린 오후 7시30분부터 밤 11시까지 서울 광화문 광장은 내내 즐겁고 유쾌했다. 시종일관 이어지는 경쾌한 분위기 속에 간간이 깃드는 진지함이 어우러져 문화제로서의 면모를 톡톡히 드러냈다. 깃발이나 구호는 없었고, 음악과 토크가 있는 자리였다. 자리를 완성시킨 것은 공영언론사에서 공정보도와 언론자유를 요구하다 해직을 당한 언론인들과 이들을 응원하고 지지하기 위해 모여든 2000여 명의 시민, 언론인들이었다.

밴드 '크라잉넛'의 노래로 시작된 콘서트는 참가 시민들이 노래에 맞춰 ‘말씀 언(言)’자가 새겨진 대형 풍선 공을 머리 위로 굴리는 퍼포먼스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박혜진 전 MBC 아나운서와 노종면 전 YTN 앵커가 사회를 맡은 이날 행사는 현 언론상황에 문제를 제기하는 시민과 언론인들의 목소리를 담은 영상, ‘옥상달빛’의 공연으로 이어지면서 본 궤도에 올랐다.


▲언론노조가 24일 서울 광화문에서 개최한 '공정언론 바로세우기 콘서트'에서 밴드 '크라잉넛'이 공연하는 모습.


이날 콘서트의 핵심은 최승호 전 MBC PD(현 뉴스타파), 정영하 MBC 전 노조위원장(언론노조), 조승호 전 YTN 기자(현 뉴스타파) 등 해직기자들이 모여 나눈 토크 자리였다. 이들은 최근 자신들의 근황을 전하고, 언론 상황에 대해 날선 비판을 하며 공영언론의 개선을 위해 각자 생각하는 바를 가감없이 털어놨다.

최승호 전 MBC PD는 최근 국정원의 간첩 조작사건을 3년간 집요하게 파헤친 영화 ‘자백’이 스토리펀딩에서 목표치인 2억원을 돌파한 근황을 전하면서 공영언론 개선에 시민들 모두 깊은 관심을 가져주길 당부했다.

최 PD는 “(현 MBC는) 정말 참혹한 상황이다. KBS, MBC, YTN, 연합뉴스 같은 공영언론과 종편이 합쳐지면서 언론지형이 이전과 비교과 안 될 정도로 확 기울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언론이 얼마나 신뢰를 잃었는지 보여주는 게 지난 총선 아니었나. 결국 공영언론은 다 국민의 재산이다. 종편은 (사적 자본이 투입된 거라) 못 바꿔도 공영언론들은 국민들이 권력을 행사해서 얼마든지 바꿀 수가 있다. 그렇게 해서 바꿀 수 있고 바꾸셔야 된다”고 강조했다.

2012년 MBC의 최장기 170일 파업을 이끌었다가 해고 당한 정영하 전 MBC 노조위원장은 현대 대법원에 계류 중인 소송에 대해 “1, 2심이 다 파업과 연관된 거였다. 공정방송이 방송사 구성원들이 주장할 수 있는 근로조건인지 그리고 근로조건이기 떄문에 파업이 정당했는지를 보는 것”이라며 “3개 모두 대법에 계류돼 있다. 빨리 (판결이) 나왔으면 하는 희망과 바람이 있다. 1, 2심에서 다툴 것들은 다 다퉜기 때문에 뒤집히기야 하겠냐는 생각은 있지만 판결은 판사들의 몫이지 않나. 판결이 잘 나와서 우리 방송 노동자들, 기자, PD들이 공정하지 못한 방송을 봤을 때 ‘이건 불법이다’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언론노조가 24일 서울 광화문에서 개최한 '공정언론 바로세우기 콘서트'에 참석한 언론인, 시민들.


이날 행사에는 강지웅 PD, 박성제 기자, 이용마 기자, 현덕수 기자 등 해직언론인도 참석해 시민들로부터 응원과 지지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이번 행사와 관련해 "언론노동자와 언론 현장을 떠나야 했던 그리운 해고 동지들,  시민들이 함께 공정언론을 향한 열망과 의지를 확인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언론의 주인은 청와대도, 국회도 아닌 시민들"이라며 "그간 열심히 싸웠지만, 한층 더 힘내서 싸우겠다, 함께해 달라"고 덧붙였다.


노종면 전 YTN 앵커는 "언론을 바로 세우려는 노력이 없었다면 우리가 여기 모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직 이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문화제에는 ‘크라잉넛’과 ‘옥상달빛’ 외에도 ‘브로콜리 너마저’, ‘전인권 밴드’ 등 뮤지션들이 참여했으며, 김어준씨와 주진우 기자는 토크쇼를 진행했다. 아울러 공영언론 개선과 관련한 정치권, 언론시민단체 이사들도 대거 참석해 이 자리를 빛냈다. 정치권에선 최명길 더불어민주당 의원, 노회찬 정의당 의원,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이 참석했으며, 언론시민단체에선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강성남 새언론포럼 회장,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 임순혜 NCCK언론위원회 부위원장, 김중배 언론광장 상임공동대표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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