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힘에 부러움과 두려움"

[중국 단기연수 참가기] 신진호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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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호 중앙일보 기자

한 달 전 중국단기연수가 확정된 뒤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중국에 다녀왔지만 중국어를 배운 뒤로는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내겠다는 자신감 한편에는 “망신이나 당하지 않을까”라는 걱정도 적지 않았다. 출발 전날 밤새 뒤척이다 3년 전 중국어 입문 때 장만했던 단어장도 챙겼다. 설렘과 긴장 속에 그렇게 연수가 시작됐다.


연수는 하루 반나절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특강을 듣고 베이징(北京)으로 이동하는 6박7일간의 일정이었다. 내심 “바로 중국으로 가면 안 되나”라는 생각도 했지만 오만이고 오판이었다. 현재의 정치상황과 후계구도, 내부갈등, 경제구조 등 전문가를 통해 접한 중국은 평소 알던 것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특강을 듣지 않았다면 연수 초기 상당한 혼란을 겪었을지 모른다. 얄팍한 지식이 부끄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9년 만에 다시 찾은 베이징은 말 그대로 상전벽해(桑田碧海)였다. 서우두(首都)공항 규모에 놀란 것도 잠시, 베이징 도심은 중국의 위상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그대로 보여줬다. 베이징에선 하루가 멀다 하고 마천루가 속속 바뀐다고 했다. ‘베이징·상해 시민들이 서울을 부러워하지 않는다’는 말도 농담이 아니었다. 내가 알던 중국은 어디에도 없었다.


현지 연수는 빡빡했다. 특강을 듣기 위해 오전 7시30분 숙소를 나서야 했다. “출근할 때보다 더 힘들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참가자들은 역시 기자였다. 북경대 김경일 교수의 ‘북중관계 현황과 한반도’ 특강은 두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중요성, 북한에 대한 중국의 정책 변화, DJ정부 햇볕정책 등 민감한 이슈를 놓고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북한이 중국과 등을 돌리고 미국과 손을 잡을 수도 있다”는 김 교수의 주장엔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정법대 문일현 교수는 “북한과 중국은 더 이상 혈맹관계가 아니다. 이미 2003년 선린우호관계로 격하됐다”고 했다. 귀가 번쩍 띄는 말이었다. 북한의 미사일기지 상당수가 중국 대도시를 겨냥하고 있다는 대목에선 “믿지 못하겠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두 교수의 조언엔 참석자 모두가 공감했다.


컴퓨터·휴대전화 제조회사 샤오미(小米)를 방문해선 13억 중국인구의 힘을 절감했다. 매출의 95%가 내수로 이뤄지고 삼성·LG도 자신들 앞에선 작아진다며 기세가 등등했다. 동영상 사이트를 운영하는 ‘아이치이’는 VIP회원 수가 2000만명에 달했다. VIP 회원들의 가입비로만 7000억원을 벌어들였다고 했다. 곳곳에서 발휘하는 ‘대륙의 힘’에 참석자들은 부러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꼈을 것이다.


연수에서 돌아와 가장 먼저 확인한 게 중국 관련 소식이었다. 예전엔 생소하고 어렵다는 이유로 간과했을 기사도 꼼꼼히 챙겨보게 됐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연수가 그만큼 아쉽고 깊은 인상이 남았다는 얘기다. 다시 중국에 가게 되면 무엇을 보고 배울지 벌써부터 설렌다. 다시 가자, 중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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