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이 다가올수록 불안한 리우 올림픽

[글로벌 리포트 | 남미]김재순 연합뉴스 상파울루 특파원

▲김재순 연합뉴스 상파울루 특파원

브라질의 룰라 전 대통령은 지난 2009년 “브라질은 폭발적인 경제성장세 속에 매우 비범하고 환상적인 시기를 거치고 있다”는 말로 성공적인 올림픽을 약속하며 2016년 하계올림픽 개최권을 따냈다. 당시만 해도 세계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역대 가장 아름다운 대회가 될 것이라는 말을 믿었다. 그러나 7년이 지난 현재 브라질을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은 싸늘해졌다.


리우 올림픽이 50일 앞으로 다가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창설 이후 122년 만에 남미대륙에서 처음 열리는 올림픽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깎아 내려서는 안되겠지만, 개막일이 가까워질수록 기대보다는 불안감이 커지는 게 사실이다. 성공적인 대회가 될 것이라는 브라질 정부의 근거 없는 자신감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미 드러난 문제들을 해결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며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리우 올림픽에 대한 기대치를 낮춘 것으로 보인다. 2008년 베이징 대회나 2012년 런던 대회 정도의 성공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그저 리우 올림픽이 큰 사고 없이 무난히 치러지기를 바라는 눈치다.


리우 시는 올림픽 인프라 사업의 하나로 야심차게 추진한 경전철(VLT)을 지난 6일 개통했다. 그러나 전력 공급망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 개통 첫날에 차량이 멈춰서는 사고가 발생했다. 어이없는 표정으로 선로를 따라 걷는 승객들의 모습이 다음 날 신문의 1면을 장식했다. 노선 확장 공사를 마친 지하철은 시험운행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가동될 형편이다. 일부 경기장은 올림픽 개막 전날에야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리우 올림픽 준비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문제는 인프라에 그치지 않는다. 지카 바이러스 피해 확산, 만성적인 치안불안, 치솟은 숙박비 등을 둘러싸고 국내외에서 불만이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대통령 탄핵 사태에 따른 정국혼란과 사상 최악의 경제위기까지 더하면 브라질이 과연 올림픽을 치러낼 수 있을지 걱정된다.


이런 문제들에도 올림픽이 연기되거나 취소되지 않는 한 세계가 브라질의 현실에 맞추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지카 바이러스와 관련해 브라질 당국은 리우 올림픽이 겨울철에 열리기 때문에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리우 시에서 보고된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 수가 1월 7000건에서 5월에는 700건으로 줄었고, 올림픽이 열리는 8월에는 추가 감염 사례가 거의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치안불안은 8만5000명의 군과 경찰 병력으로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숙박비 문제는 에어비앤비(Airbnb) 등 인터넷에 기반한 숙박공유 서비스를 통해 대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브라질 국민은 리우 올림픽 관광객을 따뜻한 마음으로 맞이할 것이라는 말로 정국혼란이 미칠 영향을 일축했고, 리우 올림픽이 침체된 경기에 숨통을 틔워줄 것이라며 경제적 효과를 강조했다.


리우 올림픽은 8월5일부터 21일까지 17일간 계속된다. 9월7일부터 18일까지는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이 열린다. 리우 올림픽에서는 사상 최대 규모인 206개국, 1만500여 명의 선수가 참가해 28개 종목에 걸린 금메달 306개를 놓고 기량을 겨룬다.


특히 리우 올림픽에는 사상 처음으로 ‘난민 대표팀’이 국기 대신 IOC 깃발을 들고 출전할 예정이어서 올림픽 역사에 새로운 한 페이지를 쓰게 된다. 남수단과 시리아, 콩고민주공화국, 에티오피아 출신 10명으로 이루어진 난민 팀은 개막식에서 개최국 브라질 바로 앞에 입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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