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보안 프로그램 설치에 기자들 우려

"개인정보 들여다보는 것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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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가 최근 임직원 PC에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한 것을 두고 기자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안 프로그램에 개인 e메일이나 메신저를 들여다보는 기능이 포함돼 있어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 보안 프로그램은 지난 3월부터 JTBC 보도국만이 아닌 해외 계열사를 포함한 그룹 전사에 설치되기 시작했다. 기자들에 따르면 중앙일보는 이미 해당 프로그램 설치가 완료됐고 JTBC는 일부 외근 기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PC에 보안 프로그램이 설치된 상태다. 이 프로그램의 예정된 적용 시점은 지난달 4일이었지만 아직 가동은 못 하고 있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그램 설치 목적은 ‘그룹의 보안 강화와 북한의 사이버테러 위협 대비 및 개인정보보호법 대응’이다. 내부 메일에 따르면 JTBC 경영지원실은 “2012년 6월 중앙일보 전산망이 외부 공격에 손상을 입은 이후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이뤄진 조치”라고 설명했다. 중앙미디어네트워크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도 “디도스 공격이나 좀비 PC를 만들 수 있는 악성코드가 깔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내부 의사결정을 거쳐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보도국 기자들은 PC 이용을 감시할 목적으로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보안 프로그램에 메신저 로깅 기능과 이메일 로깅 기능이 포함돼 있어, 이 프로그램을 깔면 사측에서 모든 PC의 이메일은 물론 카카오톡 등 메신저와 인터넷 서핑 내용 등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우려가 나오자 JTBC는 지난 23일 오전 보도국 대회의실에서 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보안 책임자는 로깅 기능에 대한 지적에 대해 “기능이 있지만 쓸 일이 없고 쓰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알려졌다.


일부 기자들은 그러나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JTBC 한 기자는 “염려하는 상황이 전혀 없을 거라고 하는데 왜 들여다보지도 않을 걸 만드느냐”고 했고, 또 다른 JTBC 기자도 “이제 누가 볼까 봐 PC카톡도 쓰기 무서워졌다”면서 “왜 이런 걸 설치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중앙미디어네트워크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는 이에 대해 “기자들의 동향을 감시한다는 것은 완전히 사실이 아니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면서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한 외근 기자들 사이에서는 오해가 있을 수 있겠지만 회사가 기자들을 감시할 이유가 전혀 없다. 기자들이 컴퓨터로 일하지 않는 시간이 훨씬 많은데 도대체 뭘 감시할 수 있겠느냐”고 부인했다. 그는 이어 “우려가 나오고 있으니 지속적으로 설명을 하고 있고 계속 의견을 수렴해 프로그램에 반영할 것”이라면서 “궁극적으로 로깅 기능을 빼는 등 우려를 해소시키는 작업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JTBC가 기자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이 프로그램이 TV조선에서 먼저 사용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논란이 됐다. 내부 메일에 따르면 JTBC는 “TV조선이 이 프로그램을 먼저 도입했고 일부 언론사도 유사한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고 했는데, TV조선이 이와 관련해 정식으로 항의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TV조선 측은 “지난 20일에야 JTBC 기술팀에서 우리 기술팀 쪽으로 해당 프로그램을 쓰고 있는지 문의전화가 왔다. 뒤늦게 사실 확인을 위해 연락한 것”이라면서 “해당 프로그램을 깐 적이 없는데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우리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식으로 항의할 예정이었지만 26일 JTBC 측이 우리 사장에게 전화를 해 양해를 구하고 관련 내용을 서면으로 보내기로 했다”며 “이를 살펴본 후 추후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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