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함이 살아 있는 곳, 아프리카를 알리고 싶습니다"

아프리카 대륙 순회 중인 김수진 연합뉴스 특파원
언론 비우호적 국가 많지만 사람들은 다정하고 낙천적
첫 목적지 에티오피아 거쳐 르완다·우간다 등 방문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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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 기자가 남수단 주바에서 한빛부대 보르로 가는 헬기를 탑승하기 위해 대기하던 중 유엔기지 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올해 초 연합뉴스는 이스라엘, 쿠바, 아프리카 등에 단기특파원을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지리적으로 먼 이들 나라의 정치·사회·문화 소식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입사한 지 만 4년을 갓 넘긴 김수진 연합뉴스 기자는 이 소식을 듣자마자 손을 번쩍 들었다. 아프리카 대륙 이곳저곳을 취재하는 순회특파원 자리가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은 한 나라에 불과하지만 아프리카는 대륙이잖아요. 다양한 문화와 역사를 가진 50여개국이 아프리카에 모여 있는 만큼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포부는 당찼지만 사실 그는 아프리카에 발 한 번 디딘 적 없는 ‘초짜’였다. 아프리카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해 특파원으로 내정되고 나서 벼락치기 공부를 시작했다. 준비에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출국 전부터 어느 국가에 얼마 정도 머물지 대략적인 계획을 세워야 했고, 여러 국가의 비자를 받아야 하다 보니 행정적인 절차를 처리하는 데만도 시간과 노력이 다른 특파원의 배로 들었다.


그렇게 많은 준비를 거쳐 그가 첫 목적지로 삼은 곳은 에티오피아였다. 최근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동아프리카 국가들을 중심으로 취재 계획을 세웠는데, 그 중 지리적으로 가장 북쪽에 있으면서 규모가 큰 나라인 에티오피아가 첫 취재지로 적격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는 아프리카연합(AU)이 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외교 공관이 세 번째로 많아 사실상 아프리카의 수도로도 볼 수 있었다.


▲에티오피아 구라게 지역의 시골 마을을 방문한 김수진 기자.

적응은 생각보다 수월했다. 게스트하우스에서의 생활도, 음식도 그에게 잘 맞았다. “‘인제라’라고, 테프라는 곡식으로 팬케이크처럼 만든 빵에 각종 채소, 카레, 고기 등을 싸 먹는 음식이 있는데 매우 맛있더라고요. 또 이곳 사람들이 예상 외로 매운 음식을 좋아해 음식에 고추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문득문득 한국 음식에 대한 그리움이 솟아나기도 한다.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종교적인 이유로 돼지고기를 거의 먹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하거나 고향집 어머니가 차려주는 집 밥을 먹고 싶은 생각이 종종 든다고 했다.


음식보다 힘든 점은 아프리카 국가 대부분이 언론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취재 비자를 받는 것부터 쉽지 않고, 입국 후에도 언론 담당 부처에 찾아가 취재 및 촬영 허가서를 받아야 했다. “또 아프리카 타임이라고 사람들이 너무 느긋해서 인내심이 많이 필요하기도 하죠. 하지만 그런 점만 뺀다면 아프리카는 너무나 매력적인 곳입니다.”


▲남수단 보르 한빛부대 방문 당시 부대 바깥에 있는 민간인 집을 찾아간 김수진 기자.

김 기자에게 아프리카가 가장 좋은 이유는 바로 ‘사람’이다. 사람들이 순수하고 낙천적이며 쉽게 마음을 열어준다고 했다. 에티오피아에 머물면서 많은 친구들을 사귄 김 기자는 필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우간다, 케냐, 남수단 등에 출장을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마음이 따뜻했어요. 예컨대 케냐에서 차를 운전해주던 친구는 며칠 새 정이 들어 다음에 오면 공짜로 운전해주겠다며 헤어질 때 연락처를 손에 쥐어주기도 했지요.”


김 기자는 현재 에티오피아에 머물고 있지만 다음 목적지로는 르완다를 염두에 두고 있다. 끔찍한 내전을 겪은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철저한 역사 교육과 사회 시스템을 통해 갈등을 봉합하는 데 성공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르완다의 역사 교육, 여성을 중시하는 사회 제도 등에 대해서 알아보고 싶습니다. 르완다 다음으로는 우간다, 탄자니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으로 이동할 예정이고요. 아직 우리나라에 아프리카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은데, 순회특파원으로서 우리가 몰랐던 아프리카에 대해 다양한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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