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산업 이해욱 상습폭언·폭행 슈퍼 갑질

제307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1부문 / CBS 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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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김연지 기자

곪을 대로 곪아 있었다. “원래 재벌들은 다 그렇다”며 그들의 주먹에 익숙하고 인격 따윈 포기한 지 오래였다. 고충을 토로할 대나무숲마저 없던 수행기사들에게 어쩌면 그저 자기 얘기를 들어주고 위로해줄 누군가가 가장 절실했으리라. 우연히 듣게 된 수행기사의 세계는 영화적 상상력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다 그렇고 그런 가운데서도 슈퍼 갑질 재벌 선두에 대림산업 이해욱 부회장이 있었다.


쉽지 않았다. 대림산업 지하 1층에 기사 대기실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무작정 향했다. 출입증이 없어 주차장 출구를 거슬러 들어갔다. 그러나 기사들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재벌은 이미 칼을 쥔 권력이었다. “수행기사의 짐승만도 못한 현실을 보도하겠다”며 다가가면, 그간의 고달팠던 일들을 모두 털어놓을 거라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기사가 나온다고 우리한테 좋을 줄 아느냐”는 대답은 기자에게도 충격과 상처로 다가왔다.


포기하지 않았다. 이 보도로 하루아침에 세상이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한 줌의 인간다운 삶에 대한 바람을 붙들고 계속되는 퇴짜에도 휴대전화 버튼을 눌렀다. 곪아 있던 물집은 결국 터져 나왔다. ‘사이드미러 접고 운전하라, 폭언에도 참으라’는 수행가이드도 입수했다. 첫 기사가 나가자 제보도 잇따랐다. 수행기사들의 용기가 없었다면 절대 불가능했을 보도였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정부 조사에 이 부회장은 폭언, 폭행 등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세상은 점점 ‘부끄러움’을 잊어가고 있다. 품위를 점점 잃어가는 사회에서 언론의 역할을 새삼 깨달았다. 품위를 지키고자 하는 작은 노력에 격려를 보내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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