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8만원 세대’가 나온 후 10년이 흘렀다. 청년문제는 한국의 여러 모순을 타고 심화됐다. IMF 때 타격을 입은 부모세대는 고된 일을 마다하지 않으며 자녀 교육에 힘썼지만 과거와 달리 자녀에게 기댈 수도 없다. 부모·자녀세대가 모두 나쁜 일자리로 생계를 이어가는 ‘쌍봉형 빈곤’ 현상은 깊어지고 있다. 비수도권 지역 청년들은 “우리는 꿈의 가짓수부터 다르다”고 말한다. 그들은 공무원 이외에 자신이 택할 수 있는 괜찮은 일자리를 선뜻 떠올리지 못했다. 파견직을 전전하는 고졸 청년들은 기자에게 “헬조선이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다수의 청년들은 청년 담론에서도 소외감을 느낀다.
느리더라도 제대로 바꿔 나가자고 말하고 싶었다. ‘투표하라’는 뻔한 결론은 경계했다. 극단적인 사례에 초점을 맞추지 않기로 했다. 청년들의 ‘평범한 일상’ 속에 감춰진 비극성을 담담히 드러내고 싶었다.
“한국이 미개하다”고 말하는 청년들에게 원하는 사회상을 물었을 때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인정’이었다. 청년을 동등한 구성원, 시민으로 인정하고 그들의 문제의식을 중요하게 받아들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한국사회가 청년을 대하는 방식이 ‘부들부들 청년’을 계기로 조금이라도 바뀌기를. 청년들이 각자의 고민을 꺼내 놓는 데 ‘부들부들 청년’이 조금이라도 기여했기를. 취재팀이 소망한 것은 딱 그만큼의 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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