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 교훈 잊었나

[글로벌 리포트 | 일본]이홍천 도쿄 도시대학 교수

▲이홍천 도쿄 도시대학 교수

지난 14일 진도 7을 넘는 강진으로 규슈지역이 크게 흔들렸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 5년 만에 지진에 대한 불안감이 다시 일본 열도로 퍼지고 있다.


신칸센이 탈선할 정도의 지진을 예측한 전문가는 없었다. 게다가 진도 7의 지진이 연이어 두 번 발생한 것은 지진 대국 일본에서도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사례다. 희생자수는 두번째 지진으로 인해 2배나 늘어났다.


이번 지진은 지진학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같은 규모의 지진이 연속적으로 일어나고 지진 범위가 갈수록 확산되는 것은 지진에 관한 지금까지의 상식이나 과학적 예측을 벗어난 것들이다.


규슈는 지난 100년 동안 지진이 발생하지 않았던 지진 안정 지역 중의 하나였다. 이런 안심이 지진에 대한 대처능력을 떨어뜨린 것인지도 모른다. 이번 지진을 둘러싸고 인터넷에 갖은 억측과 루머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 규슈지역이 지진에 익숙해지지 않았던 지역이기 때문일 것이다. 지진으로 인한 과도한 불안감과 공포가 인터넷을 통해서 표출되고 있다.


기상청의 조사에 따르면 규슈지역에는 지난 21일까지 강도 1 이상의 지진을 포함한다면 774건의 지진이 발생했다. 여진의 강도는 점점 잦아들고 있지만, 9만명 이상의 주민들이 아직도 피난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이번 지진 피해는 ‘311 동일본 대지진’과 다른 관점에서 일본 사회가 재해에 대해서 안고 있는 문제점을 제시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지진에 대한 인식이다. 규슈지역 중앙에 위치한 아소산과 남쪽의 가고시마에는 화산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지난 100년 동안 대규모 지진이 발생한 적이 없었다.


아소지역에서는 지난 14일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소규모이기는 하지만 분화가 일어났고 가고시마의 사쿠라지마에서도 화산 폭발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화산활동과 지진의 연관성이 과학적으로 밝혀지지는 않고 있다. 지진의 주기설이 제시되고 있지만, 예측가능한 인과관계는 여전히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두 번째는 주민들의 심리적인 불안감이다. 지진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이 적었던 규슈지역에서 100년 만에 발생한 지진은 주민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 지진의 규모나 피해 정도는 지난 2011년의 동일본 대지진에 미치지 못했다. 보통은 일주일 정도면 무너진 가구를 정리하고 도로를 정비하는 등 관민이 복구모드로 들어가는 것이 지금까지 지진 피해지역에서 나타나는 관례적인 패턴이었다.


그러나 이번 지진은 발생 10일이 지났음에도 9만명 이상의 피난민이 야외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는 피난소로 지정된 건물들조차 두번의 강진을 버텨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내진 기준설계에 따라서 지어진 건물도 두번의 지진에 맥없이 쓰러졌다. 내진설계는 진도 7의 지진에 한번 견딜 수 있는 강도를 요구하고 있다. 이번 같이 진도 7의 지진이 두번 연이어 발생하는 것은 상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피난소를 이용하지 못하고 노숙을 택할 수 밖에 없는 이유도 피해를 입은 피난소가 여진으로 인해 언제 무너질지 불안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 강진이 발생하지 않을까라는 불안감이 집으로 돌아가려는 피난민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의 70% 이상이 첫 번째 지진 이후 집안에서 잠을 청한 사람들이었다.


주민들의 불안감을 잠재우지 못하는 것은 정부도 마찬가지다. 여진이 줄어들고 있음에도 기상청은 확정적인 발표를 미루고 있다. 안전하다는 발표를 하더라도 진도 7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기상청도 두 번째 지진이 발생할 것을 예측하지 못했다. 안전하다는 발표 뒤에 강진이 발생한다면 그로 인한 비난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 번째 이유는 주요 공공기관 자체가 지진피해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지자체가 피해 당사자가 되는 것을 상정한 피해 대응은 준비하지 못했다. 지자체의 피해로 인해 피난소에 대한 구호물자의 배송과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311 동일본 대지진에서 얻은 교훈이 제대로 활용되고 있는 것일까. 지진이 발생할 때마다 불안감은 커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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