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공정성 확보가 SBS 미래 지키는 길"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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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 당선자

SBS 안팎에서는 그가 ‘강성’이라며 수군거렸다. 20년 간 기자로 지내며 때때로 싸우고 부딪힌 끝에 얻은 ‘악명(?)’이었다. 98년 SBS노조 창립과 함께 조합에 가입했던 3년차 풋내기 기자로선 오늘을 상상하긴 힘들었다. “드라마를 보며 질질 짜기도 하는 여린 사람”으로 스스로를 평하는 이에겐 더욱 그랬으리란 짐작도 든다.


하지만 시간은 원숙함이란 더께를 서서히 쌓아주다가 너무나 갑작스레 그의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지웠다. “내게 순서가 돌아왔을 때 억지로 피하지 말자”는 막연한 생각은 그렇게 현실이 됐다. 지난 16일 언론노조 SBS본부 제15대 본부장 및 지부장 선거에서 97.4%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선출된 윤창현 본부장 당선자에 대한 얘기다.


지난 21일 SBS본부 회의실에서 만난 윤 당선자는 “보도 공정성 확보”, “지상파로서 SBS의 책임” 같은 구절을 자주 말했다. 그에게 ‘보도 공정성 확보’는 언론인들이 요구받는 규범적인 태도를, ‘나이브’하게 환기한 것이 아니다. 그는 이 문제가 구성원들의 노동조건·환경과 맞닿아 있는 현실이고, 나아가 SBS의 미래와 직접 연관된 실질적인 사안이라고 봤다.


윤 당선자는 “요즘 인기 TV콘텐츠를 보면 이 사회에서 시민들이 갈구하고 있는 사회적 갈증 같은 것들이 녹아 있다. 드라마 ‘시그널’만 봐도 최근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일들에 대한 거울 같은 이미지가 있지 않나”라며 “저널리즘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 것들이 지상파에서 사라져버렸고 욕구가 충족되지 않아 사람들이 급속히 빠져나가는 거다. 본령에 충실한 견제와 고발, 비판이 핵심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됐다”고 단언했다.


그의 진단에 따르면 해법은 아주 명쾌하다. 이를 목표로 다른 현실적인 조건들을 조정하고 개선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는 경영 논리와도 충돌되지 않고, 그저 “우리(방송사 구성원)들이 원래 하려고 했던 일을 가장 잘 하도록 하면” 되는 일이다. 자칫 ‘뜬구름 잡는 얘기’로 치부될 수 있는 사안은 이 순간 지극히 물성을 지닌 ‘현장’과 ‘일상’의 문제가 된다.


그는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민 없이 눈치를 보고 강요받는 관료적 구조 안에서 방송노동자들은 자기 양심과 싸우며 일을 하고 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스스로 자가발전을 하지 않게 된다. 양심의 소리가 조합을 통해 투영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힘을 쏟으려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4일 시작돼 진행 중인 SBS노사의 ‘보도 공정성 강화 협의체 구성’과 이에 따른 합의 결과 역시 “일상적인 문제”들의 해결을 강조한 윤 당선자의 임기 중 안착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윤 당선자는 노조에 대한 구성원들의 인식과 역할을 개선하는 데도 집중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조합의 견제와 감시가 없었으면 SBS는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이라며 미디어법 제정 국면 등에서 조합이 해온 역할을 설명했다. 윤 당선자는 “할 사람이 없어 억지로 떠맡고 조합이 운영되기 시작하면 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선후배간 소통을 통해 노조에 가는 게 큰 결심이 필요한 일처럼 돼버린 분위기를 불식시키고 당당하게 요구하고 얻는 분위기를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 지상파 방송사 전반의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공영방송사 노조와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놨다. 그는 “조합원들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회피해서 될 일은 아니라고 본다”며 “특히 지상파들이 일상적으로 여러 이슈에 공동 대응할 요소들이 많이 있다고 판단한다. 노보를 기동성 있게 재편하는 등 우선 내부 조직력 강화를 위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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