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전보 논란 MBC, 기자들 비제작부서 '보내고 또 보내고'

기자 9명 경인지사 등 발령
새 부서 적응 못하면 R등급
노조 "아예 내몰려는 계획"
사측 "경영적 판단 따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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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차면 현업에서 한창 뛸 나이의 연차인데 손발을 다 묶어 놓은 거죠.” 언론노조 MBC본부의 하소연이다. MBC는 지난 11일자로 기자 9명을 경인지사, 신사업개발센터 등 현업과 무관한 부서로 발령을 냈다. 지난달 부당전보소송에서 승소한 신사업개발센터의 박종욱, 이정은 기자도 인사 대상에 포함되며 경인지사로 옮기게 됐다. 당시 재판부는 “MBC의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은 반면 이들의 불이익이 상당하고, 신의성실의 원칙상 요구되는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며 노조의 손을 들어줬지만, MBC는 “이번 판결은 직종제의 기득권을 누리면서 그동안 ‘한번 기자는 영원한 기자, 한번 PD는 영원한 PD’라는 구시대적인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것과 같아 상급심의 판단을 다시 받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정영하 전 언론노조 MBC본부장 외 43명이 MBC를 상대로 낸 징계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았다. MBC는 지난 2012년 1월 30일부터 공정방송 쟁취를 내걸고 170일간 파업을 벌인 노조 지도부 정영하 전 위원장 등 6명을 해고하고 38명의 조합원에 대해서는 정직 처분한 바 있다. MBC노조는 파업 이후 사측이 해고와 징계, 부당전보를 일삼아왔다고 비판해왔다. (뉴시스)

이번 인사의 특징은 기존 경인지사에 배치됐던 인력들이 또 다시 신사업개발센터와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 등으로 전출되는 등 비제작부서 내 순환 인사였다는 점이다. 허유신, 이용주, 전동건 기자는 뉴미디어포맷부서에 있다가 이번에 경인지사로 옮기게 되면서 2차 인사 대상이 됐다. 양효경, 박광운 기자도 경인지사에 있다가 뉴미디어포맷으로 가게 됐고, 이재훈 기자는 뉴미디어포맷에서 신사업으로, 박준우 기자도 경인지사에서 신사업으로 가게 됐다. 이외에도 사회공헌실에서 광고국으로 옮긴 송요훈 기자와 심의국에서 드라마마케팅으로 간 최형문 기자도 이번 인사 대상에 포함됐다. 노조는 “대표적 유배지에서 서로 돌려막기를 통해 2차례 이상 부당전보가 행해지고 있다”며 “신사업개발센터는 광화문에 있고, 뉴미디어포맷은 구로에, 경인지사는 수원 등에 흩어져 있는 만큼 회사 바깥으로 아예 몰아내려는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이전보다 부당전보 대상 범위가 더욱 확대됐다고 주장한다. 특히 시청자들에게 잘 알려진 아나운서에 대한 인사 조치는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노조는 “손정은, 차미연, 황선숙 아나운서는 지금 바로 방송에 투입해도 굉장한 진행 실력을 가진 인재인데 배제됐다”며 “아나운서의 경우 업무 특징상 활동 시기가 한정돼 있는데 이런 부당전보는 결국 퇴사를 부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MBC의 한 기자는 “그간 MBC에서는 10명 안팎의 간판 아나운서들이 프로그램에서 배제돼 퇴사를 선택했다”며 “다들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MBC의 대표 얼굴이었다. 프리 선언은 내밀려서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MBC의 인사가 논란을 불러일으킨 건 이번만이 아니다. 노조에 따르면 현재 보도와 관련 없는 부서로 가있는 기자는 40여명. 대표적인 유배지라 불리는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경인지사-신사업개발센터 외에도 매체전략국이나 광고국, 예능마케팅국, 드라마마케팅국, 심의국, 팩트체크팀, QC팀, NPS준비센터 등에 흩어져있다. 이들은 지난 2012년 MBC 공정방송 파업 참가자들이다. 노조는 “파업 이후 7~8명이 배치된 뉴미디어뉴스국이나 이브닝뉴스, 경제매거진 등도 자신의 바이라인을 달고 취재를 할 수 없는 점 등을 따져보면 사실상 부당전보와 다름없는 만큼 그 인원은 더 많다고 볼 수 있다”며 “한창 필드에서 뛰어야하는 4~5년차 기자들부터 고참 선배까지 가리지 않고 퍼져있다”고 전했다. MBC의 한 기자는 “내부는 이미 상갓집마냥 위축돼 있다”며 “상처받은 노조원들은 같은 식구끼리도 경계감을 놓지 않을 정도다.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했다.


노조는 이 같은 부당전보가 최하점 평가로 이어지면서 징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MBC의 경우 3R 평가체제를 하고 있어 최하 등급인 R를 3번 연속으로 받으면 인사위원회에 회부돼 징계를 받게 된다. 기자들이 현업과 무관한 부서로 연이어 옮기게 되면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징계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


지난 2013년 MBC ‘시사매거진 2580’에서 ‘영남제분 여대생 청부살인’을 다뤄 특종상을 받은 임소정 기자는 R등급을 받은 이후 전출된 스포츠제작국과 광고영업부에서 연이어 R등급을 받아 인사위원회에 회부돼 대기발령 조치됐다. 김연국 기자도 지난 2012년 MBC 파업에 참가 이후 R등급을 받았고, 다음해 ‘2580’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리포트로 제작하려다가 당시 부장과의 대립 끝에 R등급을 받았다. 사측은 김 기자를 스포츠국으로 보낸 후에도 3번째 R등급을 매기고 인사위를 열어 정직 1개월과 교육 2개월 징계를 내렸다.


MBC본부는 “부당전보된 직원들에게 R등급을 주는 방식으로 기존 업무와 전혀 관계없는 부서로 배치한 뒤 저성과자로 만들고 있다”며 “이번에 비제작부서로 발령이 난 상당수도 부당전보로 볼 수 있다. 사장은 비상식적인 인사를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MBC는 지난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문화방송의 모든 직원은 각자 적합한 직무에 보임될 기회가 균등히 부여되고 있고, 보직도 마찬가지”라며 “연차가 높거나 입사 때 기자, 아나운서, PD라고 해서 기득권을 인정해 혜택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회사의 전보인사는 중요한 경영적 판단으로, 위기 타개를 위한 회사 정책과 모두를 살리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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