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방송국의 아날로그 감성, 그 변화를 담다

'전환기 A-D' 사진전 여는 지종익 KBS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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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형 녹음기, 아날로그 ENG 카메라, 닳고 닳은 콘솔과 테이프, 낡은 녹음실과 뉴스룸. 신형 디지털 장비들에 밀려 시나브로 사라져가는 지역 방송국의 모습이 흑백사진에 담겼다. 지난 5일부터 오는 31일까지 경남 진주 루시다갤러리에서 열리는 ‘전환기 A-D(analog to digital)’전에서다. 전시회를 개최한 지종익 KBS광주 기자는 “우리는 세상의 변화를 기록하는데 정작 언론사의 변화를 기록하는 곳은 없더라. 역사적으로 중요한 곳들이라는 생각에 사명감을 갖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의 기록은 입사 10년차를 향해가는 2014년부터 시작됐다. 처음 목표는 KBS 전국의 을지국(총국 관할의 소규모 지역방송국) 모습을 담는 것이었다. 큰 방송국보다는 조그만 방송국의 촌스러운 모습, 아날로그적인 모습을 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은 그를 도와주지 않았다. 업무시간이 끝난 저녁이나 주말에 시간을 내야 했는데 워낙 바쁘다보니 다른 지역에 가볼 수가 없었다. 대신 그는 순환근무 차 일했던 순천KBS, 그리고 후배들의 도움을 받아 목포KBS, 목포MBC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지종익 KBS광주 기자가 지역방송국의 사라져가는 모습을 담은 사진전 ‘전환기 A-D(analog to digital)’에 전시되는 사진들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TV스튜디오에서 화장을 고치는 아나운서, ‘구두박스(편집된 테이프를 꽂아서 가져가는 도구)’ 앞 짬뽕 그릇 등 일상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모습은 그렇게 촬영됐다. 지 기자는 마이크, 카메라 등 방송 기물을 모아 정물 형식으로 사진을 찍기도 했고 VCR과 비디오테이프 같은 아날로그적 기물을 근접 촬영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모든 사진을 흑백으로 표현했다. “색깔이 주는 강조를 없애서 보는 사람이 주제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또 아날로그적인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흑백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포트폴리오가 쌓여갈 때쯤 평소에 친분이 있던 사진작가, 문화기획자들이 그의 사진을 보고 ‘영화 라디오스타를 보는 것 같다’며 전시를 제안했다. ‘해보면 좋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했기에 그는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했다. 아는 사진작가를 통해 갤러리를 섭외했고 1년여 동안 집중적으로 사진을 찍었다. 지난해 11월부터는 5000여장의 사진 중 34점을 선별하는 작업을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전시회명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첫 촬영을 시작했을 때부터 그의 머릿속에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방송 기자들이 과도기에 있다는 것은 평소에도 갖고 있던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급변하는 것만이 어떤 사회가 성숙하는 데 필수적인 것인가에 대해 고민이 있었죠. 누군가에게는 편리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낯설고 불편할 수 있으니까요.”


그는 앞으로도 이 작업을 계속 이어나갈 생각이다. 뉴스를 생산하는 곳의 변화를 기록하는 작업을 아무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의무감이나 사명감 비슷한 게 생겼습니다. 언젠가는 제 작품을 방송국 로비에 전시해보고 싶어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 준다면 뜻 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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