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리더십 100일…국민과 멀어지는 '국민의 방송' KBS
1~2월 광고매출 전년比 '뚝'
탐사보도기자·중견PD 이탈
기자 징계 등 내부 비판 재갈
"방송 사유화에 절망 느꼈다"
‘국민의 방송’ KBS가 위기를 맞고 있다. 경영 관련 지표들에는 빨간불이 들어왔고, KBS 보도의 불공정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구성원들과의 융합도 좋은 평가가 나오기 힘든 사태들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변화’를 부르짖으며 시작된 고대영 사장 취임 100여 일을 맞아 KBS 안팎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경영위기…비상걸린 KBS
최근 KBS에는 비상이 걸렸다. 올해 1, 2월 광고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7.7%가 줄어드는 등 경영상황이 매우 좋지 않아서다. KBS관계자와 한국방송협회 등에 따르면 KBS의 올해 1~2월 광고매출은 각각 238억원, 20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6억원(30.8% 감소), 162억원(44.2% 감소) 줄었다. 특히 KBS의 매출하락폭은 같은 기간 지상파 3사(평균 약 24%) 중 가장 컸다. 크게는 지상파 방송사 전반의 영향력 약화라는 흐름과 맞물려 있지만 대세만을 핑계 삼을 수도 없다는 의미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KBS의 인력이 외부로 유출되는 일 또한 가시화되고 있다. 드라마국 중견급 함영훈·김진원·전창근 PD가 4월1일자로 사표를 제출했고, JTBC로 향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드라마 PD들의 추가 이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KBS 한 관계자는 “새로 수익원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지만 기존 재원구조를 튼튼히 하는 게 중요한데 고 사장은 공식 석상을 통해 ‘수신료 얘기’를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과거 사장들이 수신료 때문에 행동제약을 받다 보니 그게 싫어 안하는 거 같다”고 전했다.
총선연대 “테러방지법 홍보 보도”
“요 근래 느끼는 거지만 KBS 9시뉴스 완전 달라졌다.ㅎㅎ” “확실히 많이 좋아졌네 볼만해.ㅋㅋ”
최근 일간베스트(일베)에서 나오는 KBS보도에 대한 평가다. 반면 26개 시민단체가 모인 총선보도감시연대의 언론보도 모니터링에서 KBS는 ‘나쁜 방송보도’ 부문에 자주 등장한다. 고대영 사장 취임 후 이뤄진 KBS보도의 현 주소를 드러내는 단면이다.
KBS는 최근 총선을 앞둔 국면에서 북한 관련 보도에 여러 꼭지를 할애하고 있다. 지난 3일 ‘뉴스9’은 ‘北, 단거리발사체 6발 동해로 발사…대북 제재 반발 무력시위’ 등 총 10건의 북한 관련 소식을 전했고, 지난 7일에도 총 9건의 북한 보도를 쏟아냈다. 총선보도감시연대는 “강경 일변도의 대북정책을 옹호하고 대결국면을 조장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비판하며 ‘나쁜 방송보도’로 꼽았다. 앞서 야당이 테러방지법에 반대해 192시간의 필리버스터를 진행했을 때도 KBS는 정부여당, 청와대의 관점에서 소식을 전했다가 “테러방지법 홍보 보도”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공영방송사의 보도국에서 일어나리라 생각하기 힘든 사건도 터졌다. 자사 드라마PD 3명이 동시에 사표를 낸 것과 관련 이들이 옮길 것으로 알려진 JTBC를 겨냥한 TF팀을 보도국에 구성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KBS 한 기자는 “공영방송을 사유화하고 보복취재를 하는 게 사측이 말하는 저널리즘인가?”라고 되물었다.
떠나는 기자들
고대영 체제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노사 간 생산적인 협력을 도모할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내부 비판 목소리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공영방송 KBS를 떠나는 기자들마저 나오는 게 현실이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평기자 대표로 편집회의에 참석한 기자협회장의 의견제시를 ‘편집권 침해’라며 보도국 간부들이 집단성명을 내는 일도 나왔다. 최근에는 내부 구성원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비보도국에 발령났던 ‘일베’기자가 돌연 보도국으로 인사가 나는 일이 발생했다. 구성원들과의 소통이 막힌 상황에서 노조를 상대로 기존 할당됐던 신입사원 조합교육을 불허하고, 공정방송추진위원회를 거부하는 조치도 나왔다. 현재 사측은 단체협약 가운데 하나인 편성규약 역시 일방적으로 개정작업을 진행 중이다.
최근 KBS에서 뉴스타파로의 이직사실을 밝힌 최문호 기자는 15일 기자협회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KBS는 합리적인 프로세스 없이도 한 사람이 오케이하면 그대로 되는 구조다. 방송이 사유화된 것”이라며 “고 사장 들어 더 심해졌다. KBS가 더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절망을 느꼈다. 저는 할 일이 없더라. (탐사보도 기자)일을 계속 하기 위해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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