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알파고' 시대 도래할까

시황기사 등 로봇뉴스 현실화
경제·스포츠 뛰어넘을지 관심
"현장감 있는 취재 대체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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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온라인편집부엔 로봇 기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IamFNBOT. 지난달 21일 입사(?) 이래 매일 한 꼭지씩의 기사를 써왔다.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일본, 홍콩의 증시를 모니터링하다가 의미 있는 변화를 보인 종목을 선정-분석해 주가지수, 업종별 변동 등 국내 주식시장 내 큰 흐름을 다루는 것이 그의 일이다. 주식시장이 마감하는 오후 3시께가 되면 파이낸셜뉴스 뉴스룸에선 로봇 기자가 몸담고(?) 있는 서울대 측에 전화를 걸어 기사송고 오더를 내린다. 기사작성에 걸리는 시간은 0.3초. 데스크는 CMS에 들어온 그의 기사를 곧장 웹에 게시한다. 베타 테스트 기간인 만큼 출고 후엔 ‘인간’ 기자가 그의 기사를 두고 확인 작업을 진행한다. 일종의 수습 기간을 거치고 있는 셈이다.


엄호동 파이낸셜뉴스 온라인편집부국장은 “당장 증시 부분은 기사 꼭지 수 확대가 눈앞에 왔고, 기사 양은 물론 차트 자동생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사용확대는 기정사실화 돼 (알고리즘을 제공한) 서울대 팀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면서 “문장의 형태로 기사를 쓰는 게 아니라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의미 있는 것들을 골라 스토리텔링을 하는 게 중요하다. 현재는 (CMS를 거치는) 의도된 반자동화 상태지만 활용방안에 대한 의사결정만 되면 언제든 직접 홈페이지로 기사를 쏟아낼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으로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서 로봇저널리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으로 인공지능 기술 발전이 확인되면서 로봇저널리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일부 언론에 로봇이 작성한 기사가 등장하면서 로봇저널리즘 시대는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아시아경제가 자체개발한 ‘아경봇 기자 R2’는 지난달 25일부터 증권 시황 개·폐장에 맞춰 매일 일정 시각 단문기사를 홈페이지에 송고하고 있다. 일과시간 종료 쯤엔 그날 홈페이지에서 가장 반응이 좋았던 콘텐츠를 큐레이션한 기사도 내보낸다. 매일경제는 오는 24일 창간 50주년 기념식에서 사내 벤처팀이 개발한 로봇저널리즘 툴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투데이 역시 증시, 날씨 기사 작성 알고리즘을 올해 상반기 내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외부 업체와 협력을 진행 중이다. 반면 중앙일보가 공모를 통해 로봇저널리즘 툴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는 최근 소문에 대해 이석우 중앙일보 디지털전략제작 담당 및 조인스 공동대표는 지난 11일 “왜 그런 얘기가 도는지 모르겠다”며 “그럴 계획 없고, 이제 막 (로봇 저널리즘만이 아니라 회사에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 공모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들 언론사는 정확한 데이터 분석 및 기사작성 능력에 주목해 로봇 기자 도입에 나서면서도 적용 범위 확대를 놓고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원시 데이터 수집, 이벤트 추출, 중요 이벤트 선별, 기사 분위기 결정, 기사작성의 5단계를 거치면서도 ‘눈 깜짝할 새’ 기사를 만들어내는 로봇 기자의 능력은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적용 범위를 넓히는 게 훨씬 중요하다”는 게 각 사 관계자들이 공통으로 밝힌 견해다. 엄호동 부국장은 “경제와 스포츠뿐 아니라 데이터가 있는 모든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대신 기자들에겐 좀 더 머리를 써서 분석하는 기사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해외 언론에서는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로봇 기자를 활용하고 있다. 알고리즘의 기술적인 수준은 국내와 비슷하지만 활용 정도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세계적인 통신사 ‘AP’는 2014년 6월부터 자동뉴스 작성 시스템 ‘워드스미스’를 도입해 분기마다 발표되는 상장사의 실적 기사를 쓰게 하고 있다. 그 결과 AP는 분기당 평균 300개에서 3000여개로 기업실적 관련 뉴스작성 건수가 늘었다. 회원사들에겐 더 많은 기업 관련 뉴스를 전하고, 기자들은 약 20%의 시간을 버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미국의 일간지 ‘LA타임스’는 지난 2013년 3월부터 LA 지역의 지진 감도를 감지해 기사를 쓰는 ‘퀘이크봇’을 운영하고 있다. 퀘이크봇은 진도 3.0 이상 지진 발생 소식을 자동으로 작성한다. 미국의 경제잡지 ‘포브스’ 역시 자동으로 뉴스를 작성하는 ‘퀼’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단순한 실적분석이 아닌 실적 예측 뉴스를 내보내고 있다.


이준환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로봇저널리즘은 개개인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시간으로 데이터분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별 맞춤형 기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한 가지 가능성”이라며 “스트레이트 기사를 대체하기 위해 도입한다는 건 우려스럽고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를 자동으로 수집해 전달하는, 새로운 정보서비스를 만들어낸다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로봇저널리즘은 가능성 못지않게 한계도 적잖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언론의 비판과 감시 기능을 떨어뜨리고, 의미 없는 기사만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들이다. 김영주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센터장 등은 ‘로봇저널리즘 가능성과 한계’ 보고서에서 “전문가들은 로봇을 통한 기사 작성이 일반화된 후에도 남아있을 저널리즘의 미래로 취재와 현장성을 꼽았다”면서 “글쓰기는 대체될 수 있지만 취재는 인간 기자의 몫”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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