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정국, 기자들이 움직여야 한다

[언론 다시보기]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바야흐로 총선 정국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 한다.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적인 주권을 행사하는 순간이다. 그런 중요한 순간을 앞두고도 정파적 보도로 비판받아 온 우리 언론의 보도 행태는 달라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심해졌다.


통합진보당 해산이라는 정치적 성과를 총선에서 이용하고 싶은 보수 언론들은 지금도 종북이니 주사파니 하며 반공주의 프레임을 들이 댄다. 보수언론의 한 논설위원은 총학을 거쳐 북한의 지령을 받는 다양한 단체 활동을 하다 정치권으로 스며든 주사파들이 북한과 김정은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으면서 대통령과 정부 비난에만 열을 올리고 있으니 이들을 공천과정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누구라고 적시하지는 않으면서도 자세히 보면 다 보인다고 한다. 마치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시민단체 활동을 하다 정부를 비판하면 다 종북 주사파인 양 두루뭉술하게 규정하는 것이다. 혹시 유권자에게 대통령과 정부 비판하는 학생운동권, 시민단체 출신은 찍지 말라고 암시하고자 하는 속셈은 아닐까?


국민을 감시하고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강력한 권한을 국정원에게 부여하는 소위 ‘테러방지법’이 통과됐다. 국정원이 선거 기간에 댓글을 공작하고 최근까지도 그들이 수사한 간첩혐의자가 무죄로 밝혀지고 있다는 사실을 정치권이 모를 리 없다.


게다가 국회의장은 비상사태라면서 직권상정을 감행했다. 비상사태에 준하는 정부의 조치를 찾아 볼 수 없고, 국회의장의 납득할 수 있는 해명도 없다. 이에 야당 국회의원들은 국회법에 따라 필리버스터라는 합법적 저항을 했다. 그들이 생각하는 테러방지법이 초래할 문제의 본질이 뭔지를 자세히 설명했고, 시민들은 호응했다. 테러방지법의 공론장이 펼쳐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고 시민의 관점에서 진실을 전달하려 애써야 언론 아닐까? 그런데 소위 보수 언론은 필리버스터까지 하면서 입법을 방해할 수 있다면 구태여 다수당이 되겠다고 민심을 살필 필요가 있냐고 비아냥댄다. 국정원에 정보수집권을 주는 것이 세계 추세에 맞는 것이라는 무식한 주장도 한다. 미국도 CIA에게 그런 권한을 부여하고 있지 않음을 모르는 모양이다. 권력 남용하는 정보기관에 국민 감시 권한을 더 부여하는 것도 세계적인 추세인가?


국민들 다수가 동의한 필리버스터, 그리고 심지어 이에 열광하는 국민들이 있는데 필리버스터가 국회 혐오를 키운다고 공격했다. 과거 필리버스터를 이용할 수 있었다면 폭력 의원이라는 오명을 쓰지 않았을 것이라는 강기정 의원의 발언의 의미를 모르는 언론이 정말 있을지 의문이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50여일 앞두고 지난달 21일 수원시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서 관계자들이 투표함에 관리번호 홀로그램 스티커를 부착하고 있다. (뉴시스)

선거 구역 획정이 늦어졌다고 하나 언론은 이미 선거 보도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것이다. 앞서 적시한 두 사례만 보아도 이번 총선 선거보도가 어떻게 진행될지 짐작이 간다. 선거가 민주주의 꽃이니 민주주의의 동맥 구실을 하는 언론이 신선하고 꼭 필요한 정보를 유권자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무망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선거보도는 중요하다. 유권자를 대신해서 인물, 공약 검증에 집중해야 한다. 소위 경마저널리즘식 보도, 지역갈등조장식 보도, 북풍 보도 등등의 악습도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 매번 선거마다 선거보도 감시를 하는 단체들에서 문제점을 지적해왔으니 언론이 이를 모를 리도 없다. 올해는 조용하지만 이전에는 선거보도 준칙이라는 것을 언론 스스로 만들기도 했다. 문제는 실천이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평가를 받는 지금의 언론사들에게 이런 지적은 ‘쇠귀에 경 읽기’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기자들은 달라야 한다. 공정보도는 그들의 존재기반이기 때문이다. 법원은 언론의 독립성과 자율성은 노동조건의 기본 요소라고 판단했다. 7·80년대와 그리 다르지 않은 언론 상황에서 그때 그 선배들의 ‘기자 정신’이 다시 살아나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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