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소재 영화 '귀향'의 국민 후원 제작을 위한 연속 보도

제305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 / 한겨레21 송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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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송호진 기자

조정래 감독과 저는 2012년 봄에 처음 만났습니다. 조 감독의 영화 ‘두레소리’의 개봉을 앞둔 인터뷰 때였습니다. 그날 봄바람이 불어 인터뷰 장소엔 꽃잎이 흩날렸고, 감독은 다음 계획을 묻는 질문에 영화 ‘귀향’을 소개했습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감독은 “우리가 당한 일이 잊히지 않도록 도와달라”는 위안부 피해자분들의 말씀을 이 영화를 꼭 만들라는 간절한 당부로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년이 흘렀습니다.


2014년 봄, 다시 만난 감독은 저에게 ‘귀향’ 시나리오를 건넸습니다. 아직도 그가 ‘귀향’을 붙잡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기도 했습니다.


“꼭 한번 읽어주세요.” 그의 이 짧은 당부가 강렬해서 그날 밤 집에서 시나리오의 첫 장을 펼쳤습니다. 거기엔 눈물과 절규가 있었고,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간절함과 끝내 돌아가지 못할 것이란 절망, 그리고 살아서 돌아온 이의 한(恨)이 담겨 있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투자자는 외교적으로 민감한 소재인 데다 상업성이 떨어진다며 시나리오의 첫 장조차 열어보지 않고 있었습니다. ‘귀향’이 세상에 나오도록 ‘한겨레21’이 작은 힘을 더한 이유입니다.


한겨레21은 지난 20개월간 이 영화에 관한 31건의 보도와 함께 제작비 마련을 위한 온라인 시민 펀딩을 진행했습니다. 7만5270명의 시민이 12억원의 후원금을 보탰고, 10억원의 시민 투자금이 모였습니다. 시민 후원 규모는 세계 영화 사상 최다 기록입니다. 주저앉을 영화란 말을 숱하게 들었던 작품이었는데, 시민이 영화를 완성하고 시민이 스크린 확대를 위한 홍보 마케팅에 나서는 영화가 되었습니다.


‘귀향’ 제작을 계기로 위안부 문제 등 우리의 아픈 역사를 다각도로 기억하는 문화적 자료가 계속 만들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아울러 ‘귀향’에 관련된 이번 보도와 시민의 후원으로 만들어진 영화 ‘귀향’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타지에서 숨진 피해자분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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