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 관급자재 '가격조작'

제305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 / TBC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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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C 이세영 기자

“무슨 그리드요?” 지오그리드라는 토목용 보강재, 생전 처음 들어봤습니다. 검색해도 정보도 많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일반 시민들의 관심이 먼 사각지대에서 벌어지는 단가 조작의 규모는 생각보다 컸습니다.


조달청은 6년 동안 시중보다 두세 배 비싼 가격에 토목용 보강재를 팔아왔습니다. 취재진도 전화를 통해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시중 가격을 조달청만 몰랐습니다. 그렇게 뻥튀기된 가격으로 6년 동안 무려 800억원 어치가 팔려나갔습니다. 조달청의 시장 가격 조사 기능은 유명무실했습니다.


첫 보도 이후 업체들이 전자세금계산서를 조작해 가격을 부풀린 사실, 최초 조달 등록 당시 대형 업체들이 가격을 담합한 정황과 공무원 로비 정황을 포착해 연속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사안의 심각성을 안 조달청은 그제야 처음으로 현장 조사에 나섰고, 감사를 벌여 긴급사전거래정지 조치 후 업체들을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문제가 된 지오그리드는 폴리에스테르라는 섬유를 직조한 뒤 검게 코팅한 겁니다. 이렇게 간단한 공정의 물품도 가격 조작이 쉽게 되는데, 조금 더 공정이 복잡하거나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는 물품들은 어떨까요. 이제라도 시장 가격을 철저히 조사하고 지속적인 관리를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제보자는 본인도 비싸게 팔고 싶었지만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취재로 가장 보람된 것은 그 양심을 적어도 좌절시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두려움과 걱정을 비집고 낸 용기, 허공에 울리는 메아리가 아닌 사회를 바꿀 수 있는 목소리라는 믿음을 기사로써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지역에서 시작된 보도지만 전국적인 사안으로 확대된 것은 이제 3년차 기자인 저에게도 큰 의미입니다. 끝까지 기자를 믿어준 제보자, 그리고 항상 함께 뛰어주는 TBC 모든 선배와 동기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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