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 오른 일본 언론

[글로벌 리포트 | 일본]이홍천 도쿄 도시대학 교수

▲이홍천 도쿄 도시대학 교수

2016년에는 일본언론과 아베 정권과의 대립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집권과 자위대를 명분화 시키기 위한 헌법개정을 위해서는 언론통제가 필수적이다. 한편 2012년 2차 아베 정권이 들어선 이후 지속적으로 정권의 압력에 시달리고 있는 언론의 인내심도 최근 들어 한계치에 도달했다. 이런 긴장관계가 2016년도의 참의원 선거와 주요 현안보도를 둘러싸고 터질 가능성이 높다.


아베 총리는 참의원 선거에서 헌법 개정에 필요한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획득하겠다고 공언했다. 일본 헌법 96조는 중의원, 참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헌법개정을 발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목표가 달성될지는 미지수지만 현재 일본사회의 분위기로는 집권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과반수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다. 참의원 선거에서 과반수 이상을 유지하게 된다면 집권여당은 헌법 개정을 강하게 밀어 붙일 것이다. 지난 연말 한국 정부와 위안부 문제에서 합의를 이끌어 냈고, 앞서 9월에는 안보법안을 강행처리하는 등 현안문제를 처리한 것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아베 총리의 다음 목표는 헌법개정을 통해서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군사적인 영향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장벽들을 넘어야 한다.


먼저 2월부터 오키나와 미군기지 이전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오키나와 정부간의 법정 공방이 시작된다. 3월에는 2011년 발생한 3·11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지 5주년이 된다. 원자력 발전소 재가동 문제와 2017년부터 후쿠시마 보조금을 중지하겠다는 아베 정권의 의도가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7월에 치러지는 제24회 참의원 선거다. 선거결과에 따라서는 일본사회의 향방이 변화될 수 있다. 아베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진다면 중·참의원 동시 선거를 치르는 승부수를 던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각 언론사들은 다양한 기획과 특집 프로그램으로 이들 문제를 다룰 준비다. 언론사들이 이들 문제들을 보도할 수록 아베 정권에 대한 이미지는 악화될 것이다. 아베 정권의 언론에 대한 압력이 거세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때문에 자민당은 2016년 들어서 특히 방송사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고 있다.


새해 들어 NHK와 민방의 주요 보도프로그램 사회자가 연이어 물러났다. 이들은 자민당이 강행처리한 안보법안에 대해서 강한 어조로 비판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3월에는 TV아사히의 메인 뉴스 프로그램 보도스테이션과 TBS의 NEWS23의 사회자가 물러난다. NHK는 클로즈업 겐다이의 메인 사회자 구니타니씨의 교체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오비이락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베 정권에 비판적인 사회자들의 연이은 뉴스프로그램 하차는 정치보도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자민당이 각 방송사에 ‘공평중립, 공정성 확보’를 요구하고, 보도 프로그램의 내용과 관련해서 언론사 간부를 당사로 불러 설명을 요구하는 것은 언론사에 압력을 가하려는 퍼포먼스로 비친다. 정치권의 압력이 거세지면 언론은 해설이나 비판보도를 자숙하고 사실전달에 충실한 무미건조한 뉴스를 내보내게 된다.


권력에 대한 비판이 결여된 사실전달 뉴스는 정권의 의향을 반영한 내용을 포함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이런 뉴스는 결과적으로 정치불신과 함께 언론불신을 키운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 나온 주간지의 보도는 권력에 대한 언론의 반격이라고 받아들여질 만하다.


지난달 21일자 슈칸문춘은 아베 총리의 오른팔인 아마리 아키라 경제재생담당상이 건설회사 관계자로부터 1200만엔의 현금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의혹을 부정하던 아마리는 언론의 추가 보도가 나오면서 지난달 28일 사임했다. 아마리는 아베노믹스의 사령탑으로, TPP교섭 타결을 이끌어낸 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을 총괄하고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베 총리가 입은 타격은 만만치 않다. 권력에 대한 감시야말로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언론의 사명이다. 아베 정권의 폭주를 멈출 수 있을까. 일본 언론이 시험대에 올라와 있는 한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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